[ICT 기술로 키우는 히든 챔피언] 2. 중소기업들을 위한 가상연구소

ETRI와 알디텍 연구원들이 스크린골프 시스템의 회전궤적 인식기술 성능 점검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호주·중국·일본 등지에서 스크린 골프 시스템 설치 문의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만 100여대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부터는 1,000대 이상의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엑스골프로 잘 알려진 대전 대덕특구 내 스크린골프 전문기업 알디텍의 최승환 대표는 지난해 매출 약 50억원 중 70% 이상을 해외 수출로 이뤄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알디텍이 이처럼 해외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게 된 근간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의 기술협력이 있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과거 알디텍의 스크린골프 시스템은 골프공의 회전 측정을 위해 광센서를 활용했다. 그러나 광센서는 비용부담이 큰데다 공의 회전을 직접 계측하지 못해 샷 결과를 스크린상에 정확히 재현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그 대안으로 떠오른 카메라센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전문인력과 연구투자비의 한계로 성과도출에 난항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던중 ETRI가 관련기술을 보유했음을 알게 돼 러브콜을 보냈고 지난 2013년 하반기 ‘카메라센서 기반 회전궤적 인식기술’을 이전받았다.

최 대표는 “기술이전 이후에도 ETRI는 ‘1실 1기업 맞춤형 기술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원 5명이 연간 24회씩 알디텍을 찾아와 상용화를 도왔다”며 “그렇게 총 연구기간 약 2년6개월 만인 작년 1월 고속 광센서와 고속 카메라 센서의 장점을 융합한 고정밀 스크린골프 시스템 개발에 성공해 국내외에 출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ETRI 연구원들은 스크린 영상에서 공의 회전을 측정하는 기술과 시스템 적용 후 나타난 기술적 문제점에 대한 튜닝 등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특히 퍼팅 시뮬레이션에 대한 현장의 요구를 수용해 퍼팅에 특화된 회전궤적 인식기술도 추가 개발했다.

지원을 맡았던 ETRI 김명규 박사에 따르면 이 기술이 채용된 ‘엑스골프 아이(Eye)’와 ‘엑스골프 넥스(NEX)’ 시스템은 기존 스크린골프에서 재현하지 못했던 페이드·드로·백스핀 등 다양한 기술샷을 완벽히 보여준다. 정확성이 레슨이나 골프클럽 피팅에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다.

시스템이 출시되자마자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ETRI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중소·중견기업의 가상연구소가 돼 세계가 인정하는 1등 기술을 탄생시킨 것이다.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경험한 알디텍은 야구와 양궁·축구·태권도 등 여러 종목에서 사용자의 자세나 회전, 공의 궤적을 분석해주는 ‘무선센서 스포츠 분석 시스템’도 ETRI와 공동 개발하고 있다. 올해 초 출시를 앞두고 현재 막바지 기술고도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최 대표는 “아직 ETRI가 보유한 우수 원천기술과 지원 프로그램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자체 연구개발 역량이 취약한 중소업체들의 경우 ETRI의 기술지원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 공략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팀/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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