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신학기가 됐지만 전월세 시장에 아직 이상한 움직임이 없습니다. 모니터링하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적기에 대책을 만들어 발표할 계획입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월18일 취임 100일을 맞은 기자간담회에서 전세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예전과 달리 특별한 전세 대란 움직임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장관의 말처럼 실제로 전세 시장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하루에 발생하는 전세 계약 건수는 △2월 386건 △3월 311건 △4월 243건(4월11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0여 건가량 줄어들었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1·4분기 전셋값 상승률 역시 최근 7년간 가장 낮은 0.31% 상승에 그치고 있다. 전세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 받는 이유다.
하지만 현실에서 과연 전세난이 사라졌을까.
서울 강서구에 사는 최모(29) 씨는 아파트 전세계약 만료를 5개월 앞두고 새롭게 생활가전 제품을 사기로 마음 먹었다. 집주인이 가전제품을 제조하는 회사에 근무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계약이 끝나면 이사 가는 것이 목표였지만 2년 동안 주변 시세가 1억원 가까이 올라 재계약으로 마음을 바꿨다”며 “혹시 집주인이 주변 시세와 똑같이 재계약 금액을 올리면 아마 경기도 쪽으로 이사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달간 시세가 크게 오르지 않았더라도 이미 지나치게 상승한 전셋값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재계약, 월세 전환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마포구 S공인 관계자는 “봄 이사철에는 보통 전세 중개를 많이 하는 편인데 최근 보름간 전세계약은 없고 대신 재계약만 3건 정도 있었다”며 “새 전셋집을 알아보다가도 시세를 보고 재계약으로 마음을 바꾸는 손님들이 많다”고 밝혔다.
실제 전셋값 오름세가 통계에 제대로 반영됐을지도 미지수다. 재계약의 경우 계약서만 작성하고 새롭게 거래를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 신고되지 않은 전세 계약은 따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실제 전세가가 상승해도 지표상으로는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착시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결국 통계상으로 나타나는 전세 안정은 신기루일 가능성도 높다.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전세난에 대한 체감은 1년 새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뚜렷한 움직임 없이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 정부가 생각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순간은 언제일지 궁금할 뿐이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1315A17 아파트전세계약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