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 안숙선(뒷줄 오른쪽에서 네번째)이 9일 오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창극 아카데미’ 수업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펼치고 있다./사진=국립극장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작은 손으로 박자를 타며 진양조의 구성진 소리를 뽑아낸다. 아이돌 가수의 음악이 어울릴 법한 앳된 외모의 아이들은 가사의 의미를 알든 모르든 그저 이 순간의 흥에 흠뻑 젖어있다. 열정만큼은 여느 전문가 못지않은 소리꾼들의 노래에 눈을 감고 북을 치던 명창 안숙선의 얼굴엔 미소가 번진다.
지난 4월 9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대극장 아래 자리 잡은 일취월장 연습실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인 ‘사랑가’가 흘러나왔다. 진중한 어른의 선창을 뒤따르는 것은 어린아이들의 음성. 매주 토요일 오전 열리는 국립극장 창극 아카데미의 세 번째 수업, 국악인 안숙선의 ‘마스터 클래스’ 시간이다.
명창 안숙선이 9일 오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창극 아카데미’ 수업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펼치며 웃고 있다./사진=국립극장
입문반 학생 24명은 6월 말 아카데미 수료식을 창극 공연으로 펼치는데, 이번 졸업작품이 바로 춘향전이다. 기수마다 2회 마스터 클래스를 여는 안 명창은 이날도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며 소리에 대한 흥미를 키워줬다. “여러분, 웃어야 사랑가지. 지금은 장송곡인데”라고 흥을 돋우다가도 “오늘 집에 가서 이 노래를 백 번을 불러야 한다. 그래야 내일 부를 때 달라질 수 있다”며 엄격한 스승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안 명창이 창극 아카데미를 제안한 이유는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우리의 노래’를 만들기 위해서다. 어릴 때 접할 기회라도 있어야 자라면서 국악 장르를 낯설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 명창은 “우리 고유 음악을 지켜야 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어른이 되어서야 우연히 듣고 ‘어렵다’는 생각만 할 뿐”이라며 “어릴 때부터 소중한 우리 음악을 자주, 쉽게,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속에서 엄청난 영재를 발굴할 수도 있겠지만, 국악에 관심을 쏟는 아이들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 아니겠느냐”고 웃어 보였다./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