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후배에 '예비군 도시락' 요구하는 대학 선배

일부 교수들 "좋은 전통이다"며 옹호해 논란 커져

지방의 모 대학에서 여자 후배들에게 선배들의 예비군 도시락을 준비하라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예비군 훈련 모습. /연합뉴스
강원대학교의 모 학과에서 여자 후배들에게 선배들의 예비군 도시락을 준비하라고 시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2일 강원대 학내 커뮤니티에는 “예비군 도시락을 강제로 싸게 하는 학과에 동생이 다니고 있다. 학과 선배들 예비군 도시락을 왜 여성 후배들이 준비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학과 전통이라며 지원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후배들 지갑에서 돈이 나오는데 도시락 수십 개를 싼다면 금전적인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며 “보통 예비군 훈련이 중간고사 기간과 겹쳐 시간적·체력적 피해가 크고 예비군 훈련장도 급식이 있어 세금 낭비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글이 올라오자 해당 학과에 대한 비난과 자신의 학과 이야기라는 댓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학생은 “부끄럽지만, 우리 학과 이야기로 선배들 도시락을 싸주는 이유는 기를 펴주기 위해서라고 들었다”며 “교수님께서도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도 “교수님들도 도시락 싸주기 관행을 알고 있다. 오히려 좋은 전통이라고 하더라”는 글을 올렸다.

강원대 총학생회 측은 “‘도시락 싸주기’가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학과가 여러 곳 있다”며 “예비군 훈련 날짜가 임박한 일부 학과에서 도시락 싸주기가 강요될 수도 있어 단과대별로 파악 중이며 사실 관계를 파악한 후 권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대학 예비군연대는 ‘도시락을 휴대하거나 개인 사정으로 결식해도 급식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작년처럼 과별로 도시락을 휴대하면 경제적인 손실이 발생한다’는 공문을 각 학과에 보냈다. 대학 측에서도 자세한 진상 파악 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김나은 인턴기자 babye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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