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는 자체 선별한 물품을 직접 매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직매입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를 위해 이달 초 경기도 이천에 전용 물류센터를 열었다. 지상 4층, 총면적 3만㎡ 규모로 이마트 보정 물류센터에 버금가는 월 40만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
국내 오픈마켓 중 자체 구매한 물품을 재고 및 사후 서비스 부담을 지고 전용물류센터를 통해 판매하는 것은 11번가가 처음이다. 이는 대형마트의 전형적인 판매 방식이자 쿠팡 등 소셜커머스 기업들이 부분적으로 도입한 형태로 단순한 중개 업체를 넘어 본격적인 유통업체로 전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1번가는 첫 직매입 상품으로 생필품 및 의류·잡화를 택했다. 라면·즉석밥·생수·커피 등 가공식품, 휴지·세제 등 생활용품, 유아용품, 건강식품, 애완용품, 의류·잡화 등 600여가지 상품을 ‘11번가 직영몰’이라는 새 코너를 통해 판매한다.
11번가가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직매입 체제를 도입한 것은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직매입 상품의 장점은 유통단계가 줄고 대량 매입 효과가 더해지면서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최근 이마트발 최저가 전쟁으로 온라인몰과 소셜커머스 등이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11번가 입장에서 고객 이탈을 방관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매입 상품을 운용할 물류센터를 도입하면 가격 인하와 함께 서비스 경쟁력도 높아지는 효과가 난다. 실제 11번가는 직매입 상품에 장바구니 할인, 무료 배송(2만원 이상 구매시), 다수 주문시 합 포장 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다. 아울러 기존 판매자들의 위탁 제품도 물류센터에서 취급해 오픈마켓의 가격 경쟁력도 높일 계획이다.
특히 11번가의 직매입 선언은 단순한 중개상에서 벗어나 SK그룹의 정보기술(IT)과 접목한 유통 플랫폼을 구축해 온·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른 유통 채널에서 범접하기 힘든 차별성을 갖추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즉 유통의 판을 바꿔 고객의 소비생활을 지원하는 종합 유통사로 도약하겠다는 속내다.
이를 위해 11번가 운영사인 커머스플래닛은 지난 2월 OK캐쉬백·시럽월렛 등 O2O 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SK플래닛과 합병했다. 3,400만명에 달하는 OK캐쉬백 고객의 축적된 정보와 소비자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각 개인에 최적화된 미래형 소비 생활을 구현해낼 콘텐츠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모바일 쇼핑의 대중화와 각종 결제시스템의 등장으로 유통업계가 전환기를 맞이한 가운데 미래형 기술기반 등 다양한 역량을 선점, 생활의 가치를 높이는 소비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SK플래닛은 지난해 4월 이동통신업체에서 ‘차세대 플랫폼 사업자’로의 변신을 선언한 SK텔레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고객에게 최적의 소비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전 영역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최적의 ‘스마트 쇼핑’을 구현하는 종합 유통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11번가 이천 물류센터 외관./사진제공=11번가
11번가 이천 물류센터에서 직원이 고객의 주문 물품을 컨베이어 벨트로 옮겨 담고 있다./사진제공=11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