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4.13]새누리 패배책임 싸고 내홍 불가피...세대교체·혁신론 거세질듯

집권당 진흙탕 공천싸움에 지지층 염증
야 분열 활용 못하고 대구서도 8석 그쳐
이한구·최경환 등 지도부 책임론 불보듯
당권 놓고 격돌땐 분당사태도 배제 못해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된 13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종합상황실에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강봉균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당직자들이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이호재기자.


총선 결과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참패를 당한 것은 공천 파동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친박과 코드가 맞는 이른바 ‘진박’ 후보들을 무리하게 공천하거나 자파 후보를 한 명이라도 더 공천하기 위해 벌인 공천 다툼이 유권자들 눈에는 오만하게 비춰진 것이다. 경제도 좋지 않고 청년들이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할 곳이 없는 상황에서 공천자리를 놓고 집권여당이 벌인 진흙탕 싸움에 지지층들이 진절머리를 낸 것이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계파 간 알력이 없을 수 없지만 ‘살생부 파문’이나 ‘욕설 파문’ ‘옥새 파동’ 등으로 고스란히 민낯을 드러내면서 지지층이 급격히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 조사 결과 새누리당 지지율은 4월 1주차 34.8%였다가 11일 33.1%로 급락해 선거일까지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지역의 경우 새누리당 지지율은 4월 1주차 33.8%를 기록했다가 선거일 직전인 12일 28.9%로 수직낙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공천파동으로 수도권 지지층의 이탈이 심상치 않다”고 한 경고도 이때 나왔다.


새누리당에 이번 총선은 헛발만 차지 않으면 과반의석 확보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다. 야권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되면서 서울 등 수도권과 경합지에서 어부지리를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말부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총선 목표 의석으로 개헌 저지선인 180석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권분열 상황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공천으로 누구 사람을 심을지에만 관심을 갖다 보니 여론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전통적인 텃밭인 대구에서도 12석 가운데 8석만 겨우 건지는 데 만족해야 했다.

과반의석 확보 실패에 따라 새누리당은 급격한 내전에 빠져들게 됐다. 먼저 선거참패에 대한 지도부 책임론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무성 대표는 이미 총선결과와 상관없이 사퇴를 공언한 만큼 직접적인 책임 논란에서 반발 비켜서게 됐다. 하지만 이번 공천을 주도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진박 감별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공천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최경환 의원 등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 임기 후반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친박 중심의 당 지도부 구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를 위해 총선 후 당 대표에 최경환 의원을 밀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내 반발이 거세지면 불발에 그칠 공산도 크다. 청와대와 친박 핵심이 지난 공천 때처럼 당내 반발을 무시하고 ‘최경환 당 대표’ 카드를 밀어붙이면 분당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무리한 공천을 주도한 친박계에 대한 비박계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며 “공천과정에서 이미 친박과 비박은 ‘심리적 분당’ 상태를 맞았기 때문에 당권 경쟁을 놓고 다시 부딪힐 경우 분당사태로까지 비화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총선 책임론과 당권, 그리고 내년에 예정된 대권까지 감안하면 당내 갈등이 이전보다는 더 복잡한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순 친박·비박 간 갈등뿐만 아니라 세대교체와 개혁보수 등의 혁신논쟁이 불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대교체를 통한 대권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을 밟거나 아니면 친박 주류 측이 독자적인 대선 행보를 선택하는 등의 무한한 변수가 나올 수 있어 당 진로를 가늠하기 어렵다. 당 관계자는 “과반의석 확보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현 지도부인 최고위원들이 전원 사퇴한 뒤 비대위를 구성하고 5~6월께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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