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내놓았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3.0%)를 2.6%로 0.4%포인트 낮췄다. 국책연구소 가운데 올해 경제성장률을 2%대로 낮춰 잡은 것은 금융연이 처음이다. 가장 큰 원인은 기업의 투자 급감이었다. 당초 전년 대비 5.2%가 될 것으로 내다봤던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을 3.5%로 하향 조정됐다. 총고정자본형성이란 기업이 기존의 생산능력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설비·건설·무형자산 등에 투자한 금액을 모두 합한 액수다. 민간소비 전망치도 2.2%에서 1.8%로 내렸다. 임진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경제주체의 심리가 악화됐는데 이 심리 위축이 가계소비와 기업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도 이날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 경제가 2.4%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2.5%에서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기업의 설비투자와 수출 증가율이 기존 전망 대비 나빠진 것이 성장률 하향 조정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당초 전년 대비 1.7% 늘 것으로 예상했던 설비투자 증가율은 0.5%로 대폭 낮아졌다. 수출(통관 기준) 증가율도 -0.7%에서 -6.0%로 감소폭이 커졌다. 세계 교역 부진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어려운 와중에서 버팀목 역할을 했던 품목의 공급 과잉이 겹치면서 수출물량의 둔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연구원은 당초 3.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던 건설투자 증가율도 2.9%로 낮췄다. 또 1.2%로 내다봤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로, 23만명이었던 취업자 수 증가 전망치도 22만명으로 내렸다. 원·달러 환율은 1,175원에서 1,180원으로 5원 높였다. 다만 민간소비는 2.1%에서 2.2%로 전망치를 소폭 상향 조정했다.
이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에서 2.7%로 낮췄다. 한은도 19일 금융통화위원회 날에 맞춰 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대로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이 연초 전망한 3.0%를 다소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성장률 하향 조정을 시사한 바 있다.
“단발적 부양책은 부작용 커 구조조정, 성장잠재력 키워야”
주요 기관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리면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부작용이 클 수 있는 단발적인 경기부양책보다는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구조조정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 수석연구위원은 “향후 경제정책 방향은 단기적 경제 활성화보다는 성장 잠재력 확충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3%대 성장 목표를 맞추기 위해 재정을 투입할 경우 국가부채 누적 등 부작용만 확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