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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지난 13일 치러진 한국의 20대 총선 결과를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 여당 참패를 초래한 원인으로 한국의 경제 악화를 일제히 지목했다.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의 안보 위협은 이번 선거에서 이슈화되지 못한 반면 8년간의 보수당 정권하에서 지속되고 있는 저성장과 실업 문제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좌우했다는 것이 외신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집권여당의 과반 득표 실패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구조개혁이 난관에 부딪칠 경우 한국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제기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한국의 경제 약화가 유권자들로 하여금 집권여당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을 것”이라며 낮은 성장률 전망과 가계부채 증가, 청년실업 문제 등이 여당의 발목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WSJ는 “제1야당이 힘을 얻음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규제 철폐와 노동개혁 추진 노력은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선거 공천을 둘러싼 집권당의 내분이 직접적 타격이 됐으나 현 정권의 경제정책이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다”며 “8년간의 보수정권하에서 지속된 저성장이 지지층 이탈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공천을 둘러싼 내분 때문에 무소속 출마한 의원들이 여당으로 복당하면 새누리당이 제1당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지만 여전히 과반에는 못 미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구심점이 저하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언론들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과반 획득에 실패함으로써 향후 박 대통령의 경제개혁 드라이브가 난관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14일 “박 대통령이 제안한 노동개혁은 강한 정치적 반대에 부딪쳐왔다”며 “의회에서 과반을 내줌에 따라 노동법 통과는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논평했다. 무디스는 이번 총선 결과 구조개혁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한국의 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선거 때마다 보수당에 도움을 줬던 ‘북풍’은 이번 총선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선거 때 보통 북한과의 갈등이 보수정당을 도왔으며 최근에도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가 (신문) 헤드라인을 지배했다”면서 “그러나 이번 선거 전 내분에 빠져든 여당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시선은 차가웠다”고 전했다. NYT는 이어 “진보 성향의 야당이 박 대통령이 대북 강경책을 수정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WP)도 13일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북한 문제는 이번 총선의 주요 이슈가 되지 못했다”면서 “경제 약화가 유권자의 표심에 더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WP는 총선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