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과학은 그의 주장이 옳음을 확증해줬다. 2012년 중국에서 100여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콧수염에 덮여 있는 윗입술의 피부 온도와 뺨의 온도를 비교해본 결과, 입술 온도가 평균 0.5℃가량 높았던 것. 이는 깨끗이 면도를 한 남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더 쉽게 체열을 뺏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수수께끼가 풀리자 일부 과학자들은 턱수염의 새로운 기능을 주창하고 나서기도 한다. 예컨대 캐나다 라발대학의 생리학자인 미셀 카바낙 박사는 턱수염 때문에 미약하게나마 뇌가 과열될 위험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 위험을 완화시키고자 남성형 탈모 유전자가 진화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수리의 머리카락이 적으면 일종의 통풍효과가 발생, 턱수염에 의해 볼에 갇혀 있는 열기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칭 ‘체온조절 상쇄’라는 이 가설의 검증을 위해 39명의 남성을 10년간 관찰했다. 그 결과, 턱수염의 폭이 넓은 사람일수록 머리숱이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면도 여부와 상관없이 말이다.
물론 수염이 많을 때의 단점도 있다. 극지 탐험가 에릭 라르센의 경우 얼음을 최고의 불편함으로 꼽는다.
“영하 45℃의 혹한 속에서 탐사를 하다보면 자주 면도를 해야겠다고 느끼게 됩니다. 턱수염에 얼음이 들러붙으면 그걸 녹이는데 체열이 소모되기 때문에 보온 효과는 전혀 누릴 수 없으니까요.”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ANSWERS BY Daniel Eng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