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퓰러사이언스는 지난 1938년 일찌감치 이 미스터리를 다루면서 공기의 대류현상을 원인으로 꼽았다. 샤워 시에 발생하는 뜨거운 공기가 위로 떠오르면 바깥쪽 공기가 아래로 밀려들어오면서 샤워커튼을 밀기 때문이라 설명한 것.
그런데 이 이론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었다.뜨거운 물이 아닌 찬물로 샤워를 할 때도 커튼이 안쪽으로 부푼다는 게 그것이다. 무엇을 놓친 걸까. 혹여 샤워기에서 나온 물줄기가 공기를 끌고 내려가면서 주변 기압을 낮춘 결과는 아닐까. 그럴 경우 기압이 낮아진 곳으로 외부 공기가 밀려들어와 커튼이 부풀 수도 있으니 말이다.
지난 2001년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애머스트 캠퍼스의 기계공학자인 데이비드 슈미트 박사는 이 같은 ‘찬물 샤워 이론’을 검증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샤워기와 욕조, 샤워커튼, 심지어 커튼봉까지 갖춘 샤워실의 컴퓨터 모델을 개발했다.
“모델링 결과, 샤워기에서 나온 물이 주변 공기를 회오리치게 하면서 태풍의 눈에 해당하는 지점의 기압이 낮아졌습니다. 샤워커튼의 재질이 얇고, 물줄기가 충분이 낮은 압력을 생성한다면 외부 공기가 밀려들 수 있어요.”
이는 이른바 샤‘ 워 커튼 효과’에 관한 최신 이론이었다. 2007년 호주의 물리학 교과서 집필자인 피터 이스트웰 박사가 한 모텔에서 직접 실험한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스트웰 박사는 커튼의 높이와 수온, 커튼과 샤워기의 거리 같은 변수들을 바꿔가며 샤워커튼의 움직임을 확인했는데 찬물 보다는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할 때 샤워커튼 효과가 극대화됐다. 반면 샤워기와 커튼의 거리가 너무 멀거나 너무 가까우면 효과는 사라졌다. 이는 슈미트 박사의 발견과도 아귀가 들어맞는다.
이제 남은 것은 슈미트 박사의 컴퓨터 모델을 실제 샤워실에서 검증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이 연구에서 손을 땠다. 더 의미 있는 연구에 자신의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다.
“저로서는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제 묘비에 ‘샤워 연구자 잠들다’라고 적히겠다면서 아내가 놀리고 있거든요.”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ANSWERS BY Daniel Eng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