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도시] 건폐율 34%의 미학…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

현관 나서면 푸른 정원…비워낸 공간에 자연을 채우다

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는 사람과 자연을 단지의 출발점이자 종착지로 삼고 지어졌다. 덕분에 단지 안을 걷는 내내 정원 속을 지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화성=권욱기자


성냥갑 아파트 단지가 아닌 마당이 딸린 주거 공간이 모여 있는 마을. 지금이야 많은 소비자들이 ‘타운하우스’라는 개념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수도권 일대 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된 1세대 타운하우스 분양이 실패한 것도 이런 이유가 컸다. 하지만 그런 흐름 속에서도 수요자들의 선택을 이끌어낸 곳이 있다. 동탄신도시에 위치한 타운하우스 단지 중에서도 지난 2008년 공급 당시 가장 높은 계약률을 기록했던 ‘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가 그 주인공이다.

● 건폐율·용적률 낮춘 설계

바닥면적 줄이는 대신 녹지공간 늘려

단지 들어서면 숲속길 걷는 듯한 느낌

청도건설이 시행과 시공을 맡고 ‘디안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는 사람과 자연을 단지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으로 삼고 지어졌다. 집을 짓고 녹지 공간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 자연에게 땅을 내주고 그 빈자리에 집을 세운 것이다. 사업주가 사업성을 과감히 양보하면서 100%까지 허용되는 용적률을 61%까지 낮췄다. 아울러 건폐율(바닥면적)도 법정 기준인 50%보다 낮춰 34.8%를 적용, 녹지율을 높인 덕분에 가능했다.

실제로 단지 내부로 들어서서 길을 걸으면 마치 정원 속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렇게 길에서부터 시작된 자연은 개별 가구의 마당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내부로까지 연결된다. 아파트와의 차별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거주자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했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단지의 설계자인 서윤주 디안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당시만 해도 아파트에 익숙하던 수요층에게 타운하우스를 선택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는 아파트가 가지지 못한 장점이 있어야 했다”며 “단지를 비워낸 공간에 녹지를 재생하고 마당을 만듦으로써 자연을 느끼며 거주하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길에서부터 시작되는 자연은 개별 가구의 마당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내부까지 연결된다. /화성=권욱기자


●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주택

입주자들이 스스로 꾸며가는 공간 제공

주택 전체 이어주는 ‘소통의 계단’ 눈길

주택 내부는 비워짐의 여유를 통해 거주자의 개성과 시간이 채워질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해 사람과 주택이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했다.

이를 위해 먼저 주택의 위치에 따라 다른 구조를 가질 수 있게끔 총 5개의 타입을 선보였다. 기존의 타운하우스들이 대부분 한두 가지 타입만 가진 것과 비교하면 과감한 시도였다. 서 대표는 “원래 목표는 10개가 넘는 다양한 형태의 주택들을 만드는 것이었다”며 “분양성과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다섯 가지의 형태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각 타입에는 거주자의 성장을 도울 공간을 하나씩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쓸모없는 공간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수요자들은 오히려 기존의 주택들과 다른 새로운 가치로서 이를 받아들였다. 입주자들은 제공된 공간을 스스로 꾸며 차를 마시거나 음악을 즐기는 등의 용도로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아파트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으로 다가올 수 있는 계단 역시 일반적인 동선으로서의 역할이 아닌 공간으로 쓰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복층구조의 주택에서 보통 가장 단순한 위치에 배치되는 계단을 내부 중앙으로 끌어오며 주택 전체를 이어주는 소통의 장소로 쓰이게끔 한 것이다. 가장 불편하게 여길 수 있는 공간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키며 복층에 대한 입주자들의 선입견을 줄일 수 있었다.

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의 각 타입에는 거주자의 성장을 도울 공간이 마련됐다. 입주자들은 제공된 공간을 차를 마시거나 음악을 듣는 용도로 스스로 꾸며 사용한다./화성=권욱기자
주택의 지하에서부터 지상을 관통하는 계단은 단순한 동선의 역할이 아니라 주택 전체를 이어주는 소통의 장소로 사용된다./화성=권욱기자
●건강한 건축이 건강한 도시 조성

쾌적한 주거로 도시 전체에 긍정적 영향

한국건축문화대상 주거부문 대상 영예

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는 건강한 건축이 건강한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설계자의 믿음 아래에서 지어졌다. 아파트에서 거주할 경우 집 밖을 나서는 길은 삭막한 복도와 층간 소음 등에 시달리는 과정이지만 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마당에서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고 길을 나서도 자연 속에서 발걸음을 옮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거주민들의 행복이 결국은 도시 전체의 행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며 “도시의 건강함을 위해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이 거주하는 공간의 쾌적함인데 이런 측면이 지나치게 소외되던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서 대표의 철학은 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가 2010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주거 부문 대상을 받을 수 있던 원동력이 됐다.

서 대표는 “당시만 해도 흔치 않았던 타운하우스를 거주자의 주거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게 설계하며 도시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끔 연결하려 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화성=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설계자 인터뷰 = 서윤주 디안건축사사무소 대표

“집은 삶의 행복 높이는 공간…더 다양한 설계 못해 아쉬워”

서윤주 디안건축사사무소 대표
“최근에 건축학과 강의를 나가 학생들에게 주거의 개념을 설명하게 되면 ‘갖다, 보다, 즐기다’라는 순서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초창기의 집은 가지는 것이 목표였고 그다음에는 보여주는 개념, 남에게 과시하는 수단으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줄어들면서 거주를 본인이 온전히 즐기는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를 설계한 서윤주 디안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도 주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투자 수단이었던 집이 삶의 행복을 높여주는 공간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08년 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를 선보일 때만 해도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는 “만약 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를 지금 분양한다면 당시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을 설계할 때 거주자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건물을 목표로 한다. 서 대표는 “건물을 지을 때는 용도에 맞는 설계를 정성껏 하고 그 정성에 맞는 시공을 시공사가 해줘야 비로소 긴 수명을 가진 건축물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주거 부문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사회적 인정을 받은 작품이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다. 더 다양한 타입을 짓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다. 그는 “사업성을 고려했을 때 너무 많은 타입을 짓는 것은 무리였고 주택 규모 역시 전용 230~260㎡의 대형으로 맞춰야 했다”면서 “더 많은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인데 설계 과정에서 100% 만족하는 작업은 없기 때문에 언제나 아쉬움은 남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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