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구마모토현의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괴소문을 퍼뜨린 트윗/트위터캡쳐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진도 7의 강진이 발생한 직후 한국인과 중국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트위터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대다수 일본 트위터리안은 ‘헛소문일 것’이라며 작성자에게 해당 글을 내려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일부는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트윗을 퍼 나르며 루머 양산에 나섰다.
15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결과 지난 14일 밤 9시 26분께 구마모토현에서 지진이 일어난 이후 “구마모토현의 한국인(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거나 “지진이 일어난 구마모토현 사람들은 (독이 든 우물을) 조심하라” 등의 괴소문이 일본 트위터리안 사이에서 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구마모토’와 ‘조선인’이라는 특정 단어를 언급하는 트윗만 모아 볼 수 있는 대화목록 리스트(http://b.hatena.ne.jp/entry/togetter.com/li/962668)도 개설된 상태다. 앞서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때도 비슷한 내용의 루머가 트위터와 일부 채팅사이트에서 유포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트윗을 접한 다수 일본인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tbsmcd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20세기 초(관동대학살)에서 하나도 진보하지 못했다. 지금은 21세기니까 문제 있는 트윗은 보고해야지”라며 신고를 독려했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bci_)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악질적 테마가 이슈로 떠올랐다”며 “어떤 사람이 이 같은 테마를 정한 것인지 확인해보니 이미 혐오 트윗 등으로 블락(차단)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혐오발언 금지법안에 대해 언급하는 이도 있었다. 트위터리안 @ash0966은 “헤이트 스피치(특정한 인종이나 국적 · 종교 · 성별 등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발언) 법안이 이런 것을 막지 못하면 어떡하느냐”며 비난했다. 이달 초 일본 여당인 자민·공명당은 헤이트 스피치를 반대하는 법안을 승인해 현재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혐오 발언에 대한 처벌규정은 담겨 있지 않은 ‘반쪽 법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편 지난 1923년 일본 경찰은 도쿄와 가나가와현 등 수도권에서 발생한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폭동·방화를 저질렀다’거나 ‘일본인을 죽이려고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등 터무니없는 소문을 퍼뜨려 6,000여 명이 넘는 조선인과 일본인 사회주의자들을 학살한 바 있다. 이른바 ‘관동대학살’은 일본 경찰과 군대를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일부 지역에서 조성된 자경단도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