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았다는 쾌감도 잠시, 그의 손은 뱀의 머리에서 25㎝ 가량 떨어져 있었다. 그가 아는 한 가장 잡아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뱀은 머리를 돌려 스터
렛의 팔뚝을 물어뜯었다. 뾰족하고 휘어진 뱀의 이빨이 박히면서 피부는 화장지처럼 찢어졌고, 피가 뿜어져 나왔다.
“뱀에 물린 적은 셀 수 없이 많아요. 하지만 그렇게 큰 녀석에게 물린 건 처음이었습니다.” 스터렛은 뱀을 잡는데 있어서는 프로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그것과 거리가 멀었다. 준비 없이 충동적으로 덤빈 게 실수였다.
뱀이 다리를 휘감는 동안 그는 이 난관을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해내야 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동료는 1㎞ 이상 떨어져 있었고 뱀을 담을 자루는 오솔길 옆에 놓아둔 배낭 안에 있었다. 결정을 내린 그는 몸을 휘감는 뱀과 함께 힘겹게 진흙탕을 빠져나와 배낭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앉아 치아로 배낭의 지퍼를 열어 자루를 꺼내려 했다.
바로 그때 뱀이 스터렛의 목을 노리고 공격해왔다.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버마왕뱀은 플로리다주에 적응을 완료했다. 이들은 다른 생물의 알이나 소형 포유류는 물론 사슴과 악어까지 포식한다.
■■■2016년 플로리다주 버마왕뱀 챌린지에 잘 왔다. 주정부의 후원 하에 1월 16일부터 2월 14일까지 1개월간 진행되는 이 대회에서 가장 크고 긴 버마왕뱀을 잡은 사람에게는 3,000달러의 상금이 수여된다. 크기와 상관없이 가장 많은 숫자를 잡은 팀에게도 5,000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다.
올해의 경우 세상에서 가장 크고 말썽 많은 뱀의 하나인 버마왕뱀을 잡기 위해 미 전역에서 1,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25달러의 참가비를 지불하고 이곳을 찾았다. 가까이는 마이애미, 멀리는 위스콘신에서 온 참가자도 있었다. 은퇴자와 고등학교 교사, 현직 경찰관, 대학생 등 직업은 천차만별이었지만 그들 모두는 대물 버마왕뱀과의 조우를 기대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피와 진땀, 맥주가 난무하는 대회다.
스터렛이 속한 팀은 ‘냉혈한 킬러들’이다. 4명으로 이뤄진 팀원들의 면면은 우승후보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매사추세츠주에 살고 있는 스터렛은 야생 생태학자이자 파충류 및 양서류 전문가며, 팀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하는 데이비드 스틴은 앨라배마주 오번대학의 보존 생물학자다. 여기에 텍사스주 술로스주립대의 생물학자로 최근 뱀에 관한 책을 출간한 숀 그레이엄 박사, 어린 시절 토네이도 상습 피해지역에 살면서 독사와 살모사를 피해 다녔던 날씨전문방송 웨더채널의 프로듀서 스티븐 네슬리지가 한 팀을 이뤘다.
뱀 헌터로서 4명의 이력을 모두 합치면 반백년에 가깝다. 하지만 치명적 한계가 하나 있다. 어떤 팀원도 버마왕뱀을 상대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었다.
플로리다주에서 버마왕뱀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 침입종의 대명사가 됐다. 최대 6m까지 자라는 버마왕뱀이 플로리다주 남부의 대규모 습지대인 에버글레이즈 습지에서 먹이사슬의 최정상을 차지해버린 것이다. 이들은 뭐든 잘 먹으며, 사냥감각과 번식력이 뛰어나다. 다 자라면 사슴과 악어까지 한입에 삼킬 정도다. 멸종위기종인 나무황새(wood ibis)와 키라르고 숲쥐(Key Largo woodrat)도 희생되고 있다. 물론 악어의 경우 소화를 시키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먹성이 좋다. 때문에 생태학자들은 버마왕뱀이 나타난 이후 너구리와 토끼, 보브캣 등의 씨가 마르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건 완전히 지구전이에요.” 서던글레이즈 야생생태 보호구역에서 버마왕뱀을 추적하던 데이비드 스틴[앞]이 추적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이렇게 내뱉었다.
이처럼 생태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힘에도 버마왕뱀은 찾기가 매우 힘들어 박멸에 어려움이 많다. 예컨대 1,600여명이 참가한 2013년 버마왕뱀 사냥대회에서 한 달간 잡힌 개체는 단 68마리뿐이었다.스틴에게도 버마왕뱀은 최악의 적이었다. 대회준비를 위해 한침입종 자료 센터에서 2,000건의 버마왕뱀 목격 기록을 조사했고, 동료 파충류 학자들과 의견을 교환했으며, 동부 다이아몬드 방울뱀과 인디고 뱀을 사냥했을 때 배운 교훈을 되새겼다.
대회가 열리는 10여곳의 장소를 연구한 끝에 스틴은 서던글레이즈 야생생태 보호구역을 격전지로 결정하고, 대회당일 그곳으로 팀원들을 데려갔다. 서쪽으로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동쪽으로 1번 국도를 끼고 있는 120㎢ 면적의 땅으로 풀과 습지가 많은 곳이었다.
더 넓은 지역을 수색하기 위해 스틴은 팀을 2인 1조로 나눴다. 조지아주의 한 생태학연구센터에서 함께 근무하며 인연을 맺은 스틴과 스터렛이 한조를 이뤄 폭우로 진창이 된 길을 따라 자동차를 몰고 내려갔다. 그날은 거친 바람이 불고, 은색의 구름이 낀 날씨였다. 스턴은 이런 날씨가 뱀 사냥에 적합지 않다고 말했다.
“밤이 서늘하고, 낮은 맑고 따뜻해야 버마왕뱀들이 일광욕을 하러 풀밭에서 나옵니다.”
‘위험! 살아 있는 뱀이 들어 있습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붙은 스틴의 차량은 길을 따라 800m 정도를 달려가 풀이 무성한 진입로에 멈췄다. 두 사람은 배낭을 짊어지고 하루 동안 일대를 살필 준비를 했다.
“로켓 과학과는 다릅니다. 두발로 걸어 다니면서 찾아야 해요. 이건 완전히 지구전이에요.”
낮선 흙길을 따라 걷던 스틴의 말이었다. 그의 오른쪽에는 연잎들이 피어난 얕은 도랑이 있었고, 왼쪽에는 지평선까지 펼쳐진 광대한 습지대가 있었다.
사진 속 버마왕뱀은 플로리다주에서 포획된 것으로 길이가 5.5m에 이른다. 최대 6m 까지 자랄 수 있는데, 몸길이 2.5m 만 돼도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한다.
■■■에버글레이즈에 버마왕뱀이 처음 유입된 시기는 아무도 모른다.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기는 해도 1992년 플로리다의 파충류 산란장들이 허리케인 앤드류에 의해 유실되면서 유출됐다는 설이있다. 당시 버마왕뱀이 애완동물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버마왕뱀은 11만 마리가 넘는다. 플로리다주 사람들은 돈만 내면 애완동물 상점이나 벼룩시장에서 새끼 버마왕뱀을 살수 있었다. 하지만 덩치가 너무 커지자 주인들은 자신이 키우던 버마왕뱀을 에버글레이즈 습지에 버렸다. 지금과 같은 재앙이 벌어질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말이다.
그러던 2000년 야생 동식물 보호당국들은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내의 버마왕뱀 개체수가 교배를 통해 번식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확신했다. 이후 수년간 새끼 버마왕뱀들이 발견됐고, 2006년 버마왕뱀의 둥지가 처음 확인됐다. 그 둥지에는 최근 산란한 것으로 보이는 30여개의 알이 들어 있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전례 없이 지독한 현실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직시했다.
미 지리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만한 크기의 뱀이 원래의 서식지를 벗어난 곳에 정착하고 번식에 성공한 사례는 이전까지 보고된 바 없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파충류 침입종의 멸종에 성공한 전례도 아직 없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은 최근 들어 포획 성과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2012년 87개의 알을 품고 있던 5.3m의 암컷이 포획됐고, 이듬해에는 5.7m짜리가 붙잡혔다. 역대 포획된 버마왕뱀 중 가장 큰 녀석이었다. 그리고 작년 여름 5.5m의 개체가 또 포획됐다.
이들은 가히 신문 1면을 장식할만한 대물이었다. 그렇게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에서 포획돼 추방된 버마왕뱀의 수가 1,700여 마리에 달한다. 과연 지금은 얼마나 남아있을까. 이 점에 대해선 추측만 분분하다. 사람에 따라 적게는 5,000마리, 많게는 최대 10만 마리 이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위장 무늬로 몸을 숨기며, 물속에 30분이나 잠수할 수 있고, 사람의 접근이 거의 없는 곳에 둥지를 틀고 사는 뱀들의 정확한 개체수를 정확히 파악할 방법이 있기나 한지조차 의문이다. 그래서 스틴은 개체수 추정에 대한 논쟁에 시간을 허비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스틴은 버마왕뱀의 개체수 대신 사라진 포유류의 개체수에 주목한다. 2012년 미 국립과학원(NAS) 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버마왕뱀이 나타난 이후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에서 너구리 목격 건수가 무려 99% 줄었다. 토끼, 주머니쥐, 보브캣의 경우도 이와 유사한 목격건수의 급감이 보고됐다.
이 연구는 논란을 몰고 왔다. 특히 파충류 판매업자들이 연구의 방법론적 오류를 지적하면서 도시화와 환경오염 등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에 연구팀은 소형 포유류의 개체수 감소에 버마왕뱀이 미치는 영향을 입증하고자 늪지에 사는 수십 마리의 토끼를 포획, 무선태그를 부착했다. 추적 결과, 버마왕뱀 서식지의 토끼 생존률이 비서식지 늪지에 사는 토끼보다 매우 낮았다.
두 늪지대의 포식자들은 솜꼬리토끼도 잡아먹는데, 버마왕뱀 비서식지의 솜꼬리토끼 사망 원인의 71%가 포유류에 의한 포식이었던 반면 서식지에서는 77%의 솜꼬리토끼가 버마왕뱀에게 희생됐다.
“제가 생각건대 이 건은 더 이상의 검증이 불필요합니다. 이 연구를 통해 버마왕뱀이 포유류들이 견디지 못할 수준의 포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습니다.”
그날 하루 종일 스틴과 스터렛은 조심스럽게 걸으며 버마왕뱀을 추적했다. 몇 걸음 걸을 때마다 풀숲으로 들어가 똬리를 튼 뱀이 없는지 살폈고, 부서진 알껍데기나 청소동물들이 먹고 남은 거북이의 사체가 발견되면 멈춰서서 범인의 단서를 찾았다.
스틴은 뱀을 찾으려면 색깔이 아닌 모양에 주목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일견 낙엽더미나 막대기처럼 보이는 것도 세심히 관찰하면 뱀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두 사람이 발견한 것은 실제 낙엽더미나 막대기뿐이었다.
스터렛은 버마왕뱀 추적이 매우 고된 일임을 잘 알고 있다. 오후가 흘러가는 동안 그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한 시설에서 겪었던 경험담을 말해줬다. 그 시설은 길이 30m, 너비 22.5m 규모였고 외부로부터 밀폐되어 있었다.
또 연못과 나무, 땅 속 피난처, 동물상 등이 설치돼 있었다. 바로 그곳에 몸길이 2.5~3.3m의 버마왕뱀 10마리를 풀어놓고, 45분간 몇 마리나 찾을 수 있는지 실험해봤다고 한다.
“연못과 땅에 난 구멍들을 세심히 살펴보며 다녔어요. 찾지 못할 리가 없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죠. 하지만 제한시간 동안 단 한 마리도 찾아내지 못 했습니다.”
그는 버마왕뱀은 찾아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추적을 위한 도구도 너무 없다는 것이 그날의 교훈이었다고 설명했다.
“뱀은 무인기나 헬리콥터로는 찾을 수 없어요. 뱀을 꼬여낼 인공 향료도, 한 번에 수십 마리를 잡을 수 있는 덫도 없습니다.”
이와 관련 플로리다대학 연구팀은 이른바 ‘유다 뱀(Judas snak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생포한 버마왕뱀에게 무선 태그를 부착한 뒤 방생해 그들의 소굴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 방식으로 버마왕백이 득실득실한 소굴은 단 한 곳도 발견하지 못 했다.
갈수 록 격화되는 침입종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인간은 환경 DNA, 즉 eDNA(environmental DNA)라는 신무기도 도입했다. 미 농무부(USDA)의 연구 과학자이자 야생동물 유전학자인 토니 피아지오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지난 몇 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한 방법입니다. eDNA를 활용하면 소량의 물이나 흙 표본만으로도 특정 생물종이 최근에 왔다갔는지를 알 수 있어요. 외래침입종 잉어의 관리와 야생으로 도망친 집돼지들의 분포 연구를 통해 그 효용성이 입증된 기법입니다.”
피아지오에 따르면 버마왕뱀은 물속을 지나갈 때 비늘과 타액, 노폐물들을 흘린다. 이에 그는 이를 활용해 극미량의 버마왕뱀 DNA까지 탐지할 수 있는 중합효소 연쇄반응(PCR) 기술을 개발했다.
“필요한 것은 버마왕뱀이 왕래했다고 의심되는 늪이나 연못의 물 조금입니다. 그것만 있으면 96시간 내에 버마왕뱀이 그곳에 있었는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 정보를 이용하면 연구자들은 버마왕뱀의 서식 구역을 더욱 확실히 알 수 있게 된다. 플로리다 남부의 아열대 지역에 버마왕뱀이 서식한다는 점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서식지의 북방 한계선은 어디까지일까? eDNA는 이런 의문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이 또한 버마왕뱀 각 개체의 정확한 위치나 개체수의 조절에는 직접적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게 한계라면 한계다.
2016년 플로리다주 버마왕뱀 챌린지에서는 총 102마리가 포획됐고, 가장 큰 녀석의 길이는 4.5m였다.
■■■냉혈한 킬러들 팀원 가운데 버마왕뱀의 개체수를 줄이겠다는 환상을 품은 사람은 없었다. 100개의 알을 뱃속에 품은 6m짜리 버마왕뱀을 포획하더라도 달라질 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양서류·파충류 사육협회의 공동설립자인 앤드류 와이어트도 평생 뱀 마니아로 살아온 일부 사람들에게 버마왕뱀 사냥대회는 기막힌 주말 레저 활동일 뿐이라고 말한다.
“물론 과학자들은 이런 대회가 침입종의 위협에 대한 사회적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버마왕뱀 사냥은 플로리다 주정부에서 벌이는 대규모 공공스턴트에 불과합니다.”
와이어트는 한 때 버마왕뱀이 세계에서 제일 널리 퍼진 애완용 뱀이었지만 현재는 이 종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플로리다주가 버마왕뱀의 위험성을 너무 과장한 탓에 입법부가 모든 종류의 뱀 거래에 강력한 규제를 가했고, 결국 수백만 달러 규모의 뱀 무역과 뱀 애호가들의 생활에 타격을 입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특히 그는 연방정부와 학계 연구자들이 연구비를 계속 타내기 위해 버마왕뱀의 위험을 과장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펼친다. “연구비를 타내고, 논문을 내고, 사람들을 겁주려는 목적으로 버마왕뱀을 사실상 보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냉혈한 킬러들의 모든 팀원 역시 과학계가 생태계 위기를 조장했다고 주장하는 파충류 무역업자들 때문에 곤경에 처해 있다.
그레이엄 박사는 오후가 질 무렵 스틴-스터렛 조와 합류하기 위해 베이스 캠프로 돌아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도 뱀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정당한 이유로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말고도 뱀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들의 사랑은 지나칩니다. 뱀을 사랑한다면서 가둬 놓고 기르죠. 그런 사람들은 크고 무섭게 생긴 뱀을 가질수록 즐거움을 느낍니다.”
그레이엄 박사는 애완동물로서 가터뱀과 옥수수뱀의 가치는 인정한다. 뱀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마왕뱀은 다르다. 애완용 뱀이라고 하기엔 물의가 있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버마왕뱀은 이기주의적인 애완동물 애호가들이 플로리다주에 초래한 생태계 재난의 끝판왕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 점이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지난 2월에만 해도 야생동물 관계당국은 플로리다주 올랜도 외곽에서 발견된 두 마리의 녹색 아나콘다를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레이엄 박사는 이보다 더욱 무서운 시나리오를 꺼내놓았다. 코브라들이 에버글레이즈에 정착해 버마왕뱀을 잡아먹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야생 코브라가 버마왕뱀을 비롯한 다른 뱀을 잡아먹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플로리다주 남부의 기후는 코브라가 살기에 적합하며, 버마왕뱀은 코브라에게 훌륭한 먹잇감이 될수 있다고 밝혔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이미 킹 코브라가 미국에 수입돼 일부 뱀 마니아들이 기르고 있습니다. 이들은 언젠가 어떤 계기에 의해서든 야생으로 탈출하게 될 겁니다.”
그날 밤 팀원들은 모닥불 앞에서 버번과 망고를 먹으며 전략을 논의했다. 그들 모두는 관련 학위와 다년간의 현장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최대 장점은 참을성이었다. 팀원들은 내일 다시 오늘 수색한 길을 재수색하기로 했다. 저녁 공기는 차가웠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차가워졌다. 그들이 바라던 바였다.
버마왕뱀이 스터렛의 팔뚝을 물어뜯었다. “이전에도 뱀에게 수백 번이나 물려봤지만 이렇게 큰 놈에게 물린 건 처음이에요.”
■■■다음날 아침 해가 밝아올 무렵 냉혈한 킬러들은 서던 글레이즈 야생생태 보호구역의 입구에 도착했다. 오솔길 위에는 햇볕이 내리쬈고, 기온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었다.
측면 도로를 따라 이곳저곳을 살펴보기 위해 스터렛은 산악자전거에 올랐다. 몇 시간 동안 지루하게 페달을 밟은 그는 오솔길이 침수된 지점에 도달했다. 무성한 수풀과 허리 높이로 차오른 진흙탕물이 있었다.
“저거 뱀 같아 보이는데요.” 그는 배낭을 벗어던지고 진흙 속을 뒤졌다. 그렇게 얼마 뒤 그는 버마왕뱀과 격투를 벌였다. 뱀에게 물리고, 레슬링을 하다가 이빨로 배낭의 지퍼를 열기까지 그 모든 것이 순식간에 벌어졌다. “정말 비현실적인 순간이었습니다.”
피가 흐르는 팔뚝을 뱀의 입에서 떼어낸 그는 뱀의 꼬리를 잡고서 다리에서 떼어내려 했다. 하지만 버마왕뱀은 여전히 패배를 거부했다.
“제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을 때가 가장 섬뜩했던 순간이에요. 기억하기조차 싫습니다.”
필사적으로 공격을 저지한 그의 몸속에 다시 한 번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왔다. 온 힘을 다해 몸에서 뱀을 떼어낸 뒤 자루 안에 넣으려 애를 썼다. 그 모습은 마치 치약을 튜브 속으로 되돌려 넣으려 하는 것과 비슷했다. 뱀이 온 몸을 뒤틀며 자루에 들어가지 않으려 힘을 썼기 때문이다. 얼마쯤 지났을까. 스터렛은 버와왕뱀을 자루에 넣어 봉하는데 성공했다.
숀 스터렛과 데이비드 스틴, 스티븐 네슬리지[좌에서 우로]가 2016년 플로리다주 버마왕뱀 챌린지에서 포획한 3m짜리 버마왕뱀을 바라보고 있다.
어찌나 큰 녀석인지 자루를 배낭 안에 넣을 수가 없었다. 스터렛은 자전거 핸들 위에 자루를 올려놓고 조심스레 균형을 잡으며 팀원들에게 돌아갔다. 팔뚝에선 계속해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그를 본 팀원들은 크게 기뻐했다. 뱀과 함께 사진을 찍고, 스터렛의 무용담에 빠져들었다.
“그 힘과 크기, 아름다움은 제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스터렛이 잡은 버마왕뱀은 길이가 3m나 됐다. 하지만 1등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대회종료를 이틀 남긴 상황에서 이미 참가자들에 의해 102마리의 버마왕뱀이 포획됐고 그중에는 중량 57㎏, 몸길이 4.5m짜리도 있었다. 3m정도로는 큰 관심을 받기 어려웠다.
대회가 종료되고 우승자가 결정됐다. 팀전은 4.5m의 뱀을 잡은 사이프레스 보이즈팀, 개인전은 4m를 잡은 대니얼 모니즈란 사람에게 우승이 돌아갔다. 최다 포획상의 경우 33마리를 잡은 빌 부스팀과 13마리를 잡은 대니얼 모니즈가 우승상금의 주인공이 됐다.
파충류 연구에 평생을 바친 사람으로서 냉혈한 킬러들은 포획한 뱀을 야생동물 당국에 넘겨주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대회에서 포획된 모든 뱀들은 전기충격기로 뇌 조직을 파괴시켜 해부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웠지만 그래야만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버마왕뱀이 에버글레이즈 습지에 얼마나 위협적 존재인지 잘 압니다. 이 뱀에게서 경이로운 느낌을 받은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예요.”
14억 달러
2011년 미국 대형 파충류 시장 규모 추정치. 특정한 색상과 무늬를 띠도록 인공 교배된 개체의 경우 마리당 가격이 1만 달러 이상일 때도 있다.
중합효소 연쇄반응 (polymerase chain reaction) - 특정 타깃 유전자를 대량 복제하는 기술.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BY CHRIS SWEE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