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리나라에 혁신형 창업이 어려운 이유 뭔가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도 혁신형 창업 비중이 전체 창업의 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벤처활성화 지원정책의 실효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혁신형 창업 비중은 21%로 핀란드(66%), 이스라엘(58%), 미국(54%) 등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정부는 그동안 혁신형 창업보다 먹거리 위주의 생계형 창업이 대부분인 창업시장 구조를 바꾸기 위해 창업·벤처 지원자금을 꾸준히 늘려왔다. 지난해 창업·벤처 지원금액은 1조5,393억원으로 전년대비 10.5% 증가했을 정도다. 국내 벤처캐피털 투자재원은 더욱 크게 늘어 지난해 말 14조1,000억원으로 2006년 대비 3배나 불어났다. 그런데도 혁신형 창업이 늘어나기는커녕 생계형 창업이 전체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생계형 창업이 10~30%에 불과한 미국·이스라엘 등과는 정반대의 창업시장 구조인 셈이다.

이런 구조가 고착된 것은 정부의 지원확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창업지원 내실화인데 이에 실패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벤처기업의 5년 이내 폐업률은 75%에 달한다. 초기 자금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우리의 벤처투자 현실은 업력 3년 미만인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30% 수준이고 중간 성장단계인 3~7년은 25% 내외다. 나머지 45%가 후반 단계인 7년 이상 벤처기업에 투자되고 있다. 창업을 북돋워야 할 지원자금이 이미 안정적 단계에 올라선 벤처에 집중되고 있으니 혁신형 창업이 활성화될 리 만무하다.

창업 초기 자금을 지원하는 엔젤투자 역시 주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적다. 2014년 기준으로 엔젤투자 매칭펀드 투자액은 516억원으로 미국의 3%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게다가 창업자가 모든 창업과정을 관리할 수밖에 없어 창업자가 짊어지는 창업비용과 리스크가 너무 크다. 우선 성장단계별 자금지원 방안을 마련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원액을 늘려도 효과가 없다면 정책이 겉돌고 있다는 얘기다. 원인분석과 처방을 달리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의 투자자금이 제대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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