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3월 퇴임 기자회견을 하는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 /서울경제DB
지난 2012년 3월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에서 물러나 칩거 중인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이 4년 만에 금융권에 복귀할 예정이어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이사장이 4년 만에 부활을 꿈꾸는 통로는 벤처투자의 큰손인 권성문 회장이 한때 매각을 추진한 KTB금융그룹이다. 김 이사장은 KTB그룹 내 사모펀드를 운용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김 이사장 외에 이른바 ‘김승유 사단’이 KTB 경영에 잇따라 참여하면서 장기적으로 KTB그룹이 김승유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금융권은 평소 사모펀드에 관심 많은 김 이사장의 역할과 측근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KTB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15일 “박제용 KTB PE(사모펀드) 대표가 투자자금 회수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며 “후임은 김 이사장이 맡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이사장이 PE 사업을 맡는다 해도 연배와 경력을 본다면 KTB그룹 경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느냐”며 “김 이사장의 경력상 대표를 직접 맡기가 부담스럽다면 고문으로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하나금융그룹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충청은행·보람은행·서울은행·대한투자증권·외환은행 등을 차례로 인수한 인수합병(M&A)의 귀재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 이사장의 측근들은 이미 KTB로 속속 진입하고 있다. 김 이사장과 막역한 사이인 최석종 교보증권 구조화금융본부장(전무)은 KTB투자증권(030210) 사장으로의 이직을 추진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우리금융지주와 NH농협증권 출신으로 하나금융그룹과 무관하지만 김 이사장과는 고려대 동문으로 친분이 두텁다.
앞서 3월 김 이사장의 측근인 이병철 다올인베스트먼트 사장은 두 차례에 걸쳐 KTB투자증권 주식 5.81%를 사들이면서 KTB의 2대주주로 올라섰다. 이 사장은 KTB그룹 부회장을 맡을 예정이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올해 초 이 사장은 권 회장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KTB그룹과 함께 부동산 운용사인 다올자산운용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병철 사장의 지분 인수 및 이적 당시 시장에서는 김 이사장의 금융권 복귀를 위한 초석 다지기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이 사장은 김 이사장이 하나금융지주에서 물러나자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하나다올신탁·하나다올자산운용 지분 전량을 처분한 뒤 다올인베스트먼트를 만들 정도로 핵심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사장 역시 김 이사장의 대학 동문이다.
이 사장이 KTB그룹 경영일선에 나섬에 따라 다올자산운용과 다올인베스트먼트 등의 일부 임직원들이 동반이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승유 사단’으로 분류되는 고위임원 A씨도 KTB그룹 합류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A씨는 올 초 이 사장과 함께 다올자산운용 설립을 주도했다. 그 역시 고려대 출신으로 하나자산운용(옛 하나다올자산운용)에서 부동산 투자를 전담했다.
시장에서는 머지않아 이병철 사장이 KTB 증권 유상증자 참여로 그룹 경영권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두 사람이 당분간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하다 권 회장이 물러나고 이 사장이 지휘권을 잡는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지난해 국내 증권사를 비롯한 전략적투자자(SI)들에게 자신의 KTB증권 지분 매각을 타진한 바 있다. 권 회장은 KTB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KTB투자증권의 보통주 21.96%와 우선주 1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국종합기술금융이 전신인 KTB금융그룹은 증권과 자산운용·네트워크·벤처·신용정보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총자산은 1조2,000억원에 이른다. 한편 김승유 이사장은 서울경제신문에서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