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힐러리 턱밑까지 쫓아온 샌더스…민주도 중재全大 가나

샌더스 최근 7연승 맹추격
힐러리 대세몰이 다시 주춤
“대의원 과반확보 장담못해”
‘승부처’ 뉴욕주 결과 따라
공화 처럼 중재全大 가능성
본선경쟁력 앞서는 샌더스
막판 대역전극 일으킬수도

미국 민주당도 공화당처럼 중재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불거지고 있다.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의 돌풍이 지속되면서 올 7월 필라델피아 전당대회까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과반 대의원(2,383명), 즉 ‘매직넘버’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화당 주류도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중재 전당대회에서 제3의 인물을 내세워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를 낙마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미 대선 판도가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지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민주ㆍ공화 양당은 남북전쟁 이후 지난 1920년까지 네 차례나 동시 중재 전당대회를 개최한 전력이 있다.

◇“힐러리, 7월까지 과반 확보 못해”=현재 클린턴은 주지사ㆍ의원 등 당내 고위인사에게 주어지는 슈퍼 대의원 469명을 포함해 1,758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샌더스는 1,069명(슈퍼 대의원 31명)에 불과하다. 후보에 지명되려면 클린턴은 남은 대의원 1,938명 가운데 625명(32.2%)만 확보하면 되는 반면 샌더스는 1,314명(67.8%)이나 얻어야 한다.

하지만 슈퍼 대의원을 뺄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지역 선거에서 확보한 지역 대의원 수는 1,289명 대 1,038명으로 격차가 251명에 불과하다. 슈퍼 대의원은 이미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했더라도 전당대회에서 마음을 바꿀 수 있다. 지금까지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슈퍼 대의원도 200여명에 이른다.

과거 미국 경선 대부분은 판도가 일찌감치 결정되고 2위 이하 주자가 중도 사퇴를 선언하기 때문에 전당대회는 후보 추대를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7연승의 기염을 토한 샌더스가 경선 장기화는 물론 중재 전당대회까지 예고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다. 샌더스 캠프의 선거전략가인 제프 위버는 “슈퍼 대의원은 전당대회까지는 투표하지 않는 만큼 그때까지 어떤 후보도 과반수 대의원을 확보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샌더스가 전당대회에서 100% 확실히 클린턴에게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캠프는 이 같은 시나리오를 일축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이다. 클린턴이 자력으로 중재 전당대회를 피하려면 남은 경선지역 대의원 중 65%를 확보해야 한다. 물론 클린턴은 8년간 상원의원으로 재직했던 뉴욕주 등 남은 대형주에서 샌더스를 여유 있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매직넘버 달성에 필요한 압도적 표는 얻지 못할 공산이 크다.

미 정치전문지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 지지율은 캘리포니아 47%, 메릴랜드 55%, 뉴욕 53%, 펜실베이니아 53%에 그친다. 허핑턴포스트는 “샌더스가 중도 포기하지 않는 한 클린턴이 전당대회 전까지 과반수를 달성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중재 전당대회에서 샌더스 역전극 가능한가=물론 아직 민주당 중재 전당대회 가능성은 낮고 열리더라도 클린턴의 승리가 예상된다. 클린턴은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과 안정감, 풍부한 정치자금, 흑인ㆍ히스패닉 등 소수계의 열렬한 지지 등이 장점이다.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특히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무소속이었던 샌더스와 달리 당내 주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2008년 대선 경선 패배 이후 쌓아놓은 조직력이 탄탄해 슈퍼 대의원을 거의 싹쓸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샌더스가 경선 중반 분수령인 뉴욕주에서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두는 등 지역 대의원 수를 앞지를 경우 판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슈퍼 대의원들도 지역 민심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2008년 경선에서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클린턴 후보를 앞지르자 슈퍼 대의원들이 지지 후보를 대거 바꾼 적이 있다. 샌더스는 2월 경선지역에서 전체 대의원의 40.6%를 확보하는 데 그쳤지만 3월 48.8%, 4월 63.0%로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무엇보다 샌더스의 최대 강점은 본선 경쟁력이다. 샌더스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모든 공화당 후보에게 승리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반면 클린턴은 최근 폭스뉴스의 가상 본선대결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게만 이길 뿐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주지사에게는 큰 표 차이로 패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턴은 거만한 기득권층, 워싱턴의 퇴물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비호감도가 호감도보다 15%포인트나 더 높을 정도다. 반면 샌더스는 호감도가 5%포인트가량 높다.

더구나 연방수사국(FBI)이 이른바 ‘e메일 게이트’에 대한 성역 없는 조사를 다짐하고 있다는 점이 최대 변수다. 가뜩이나 ‘신뢰의 위기’에 빠져 본선에 적신호가 켜진 클린턴이 기소라도 될 경우 ‘정권 재창출’이 시급한 슈퍼 대의원들이 샌더스에게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이래저래 민주당 경선 드라마는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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