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업계가 올 첫 정기세일에서 ‘깜짝 풍작’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업체들이 전년보다 적게는 서너배, 많게는 대여섯배나 많은 ‘예상치 못한’ 매출을 기록, 지난했던 소비 정체기에서 반등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부터 부쩍 백화점 고객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등 최근들어 여러 지표에서 소비심리가 조금씩 개선되는 양상이다.
17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진행한 정기세일에서 지난해 봄 정기세일 때보다 7.8% 더 많은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봄 정기세일이 2014년 때보다 1.3% 신장한 점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특히 혼수·이사 시즌을 맞아 럭셔리 주얼리·시계 부문이 25.3%, 가전이 16.9%, 예복 등 컨템포러리 의류가 25.9%씩 성장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여성 의류와 남성의류도 4.5%, 6.7%씩 늘어나며 기지개를 켰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백화점 연매출이 0%대 성장에 그쳤는데 올해는 봄부터 고객들이 움직이고 있다”며 “아직 경기가 완전히 살아났다고 볼 수는 없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기세일에서 함박웃음을 지은 것은 신세계뿐만이 아니다. 31일부터 17일까지 신세계보다 일주일 더 길게 세일을 진행한 다른 대형 백화점들도 대부분 지난해보다 3~7%씩 매출이 늘어나며 봄맞이 장사에 성공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16일 기준으로 가전(28.9%), 가구(13.1%), 골프(11.4%) 판매가 급증하며 전년대비 4.5% 성장했고,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가정용품(10.7%), 해외패션(10.1%), 여성의류(7.1%)가 강세를 띠며 전체 매출을 3.2% 늘리는 데 성공했다. 두 백화점 모두 지난해 봄 세일 기간에는 이보다 낮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16일까지 가전 부문만 무려 45% 급증하는 등 전체적으로 7%나 신장했고, AK플라자도 16일 기준으로 6%의 깜짝 신장률을 올렸다.
정현석 롯데백화점 영업전략팀장은 “올 1·4분기와 세일 기간 모두 지난해보다 4% 이상 성장한 것으로 집계된다”며 “지난해 연매출 증가율이 1% 수준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준”이라고 웃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혼수·이사 시즌이다 보니 생활패션과 명품잡화 매출이 10~20% 가량 늘어났다”고 전했다.
백화점들이 일제히 봄 정기세일에서 작년과 달리 급성장한 것은 최근 수도권 신규 입주에 따른 수요가 많아진데다 소비심리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소비진작에 힘을 쏟은 것과 세일기간 선거일이 휴일로 하루 더 추가된 데 따른 효과도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규 아파트 입주가 겹친데 따른 이사수요로 대형 가전, 가구류 판매가 예상보다 크게 늘었다”며 “확실히 작년과는 달리 출발이 좋다”진단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봄 정기세일 첫주인 지난 4월초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9층 행사장에서 고객들이 이월상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백화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