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개인 블로그까지 외부에 맡기는 교통안전공단

사회부 이현종기자

최근 특정 회사 제품을 홍보하고 경쟁업체 상품은 비하한 홍보성 글을 블로그에 게시해 유착의혹을 받으며 수사대상이 된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의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이 블로그는 개인이 아닌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자격으로 운영하고 있어 여기에 게시된 글은 외부인에게 신뢰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해당 글은 경기도 화성시 소재 온텍시스템이 작성한 것으로 자신들의 제품은 국내 최고 기술이 적용된 반면 경쟁업체인 경북 김천시 한국신호공사의 횡단보도 조명식 표지판은 유사기술이며 자사 제품은 이런 기술과는 태생 자체가 다르다고 비하하는 내용이다. 이에 한국신호공사는 오 이사장에게 신용이 훼손당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 오 이사장에게 해명을 요구했으나 접촉할 수 없었고 공단 홍보실을 통해 “관련 내용은 해당 업체에서 작성한 것을 단지 블로그에 올렸을 뿐”이라며 직접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단 측은 또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외부 관리업체에서 이 글을 올렸으며 다른 회사에서도 요청하면 게시해 줄 수 있다는 식으로 변명했다. 그러나 기자가 통화조차 할 수 없는 이사장에게 어느 업체가 협조를 요청할 수 있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공단 측의 해명은 해당 블로그를 공단 직원과 용역업체가 관리하고 있어 오 이사장은 자신의 블로그가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글이 올라오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블로그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조차 모른다는 답변에 기자는 할 말을 잃었다.

여기에 더해 자신이 책임지는 블로그를 용역업체가 관리한다는 대답에는 말문이 막힐 정도다. 공기업에서 돈 쓸 곳이 얼마나 없어 블로그까지 외부에 의뢰하는지, 예산이 얼마나 많아서 이런 일에도 예산을 지출하는지 궁금증만 더해 갔다.

정부와 기업은 계속되는 경기불황에 구조조정과 긴축경영을 부르짖고 있는데 외부 시선이 닿지 않는 공기업에는 마이동풍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ldhjj1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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