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펼치게 된 이 사람. ‘사람·시간·물건’을 잘 컨트롤해서 인생이 더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주는 해결사가 되고 싶다는 ‘정리 컨설턴트’ 윤선현(40) 씨를 서울경제썸이 만났습니다.
▲베리굿 정리 컨설팅 CEO 겸 정리 컨설턴트 윤선현씨
저는 베리굿정리컨설팅 CEO 겸 정리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윤선현입니다. 주로 가정이나 기업 등 여러 곳에서 정리정돈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만나면서 정리하는 법을 알려주거나 사용하지 않는 물건 등을 추려서 버리고,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수납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부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죠. 일찍이 제 회사를 차리는 것을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했어요. 특히 사업의 기본은 ‘돈·지식·인맥’이라는 생각에 10년간 직장 생활을 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얻는 것보다 잃는 시간이나 인간관계, 돈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순간 제 인생을 위해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틈틈이 시간을 잘 활용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계획적으로 한 달 생활했는데 기적처럼 삶이 바뀌었어요. 그때부터 ‘단순히 청소하기 위한 정리가 아니라 더 잘 살기 위한 인생 정리’라는 사업을 준비하게 됐죠.
가장 힘든 점은 대중들의 인식이에요. 2010년에 사업을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제 직업에 대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1년 6개월 동안은 정리 전문가로서 기업이나 단체에 강연을 다녔어요. 아직까지 ‘정리를 무슨 돈 주고 하느냐’라는 인식이 강하죠. 하지만 막상 정리하려면 날 잡고 해야 될 만큼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정리도 하나의 서비스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한데 그러한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아요.
물건을 ‘정리’하는 업무보다 인생을 ‘컨트롤’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제 사업의 최종 목표구요. 사업 아이디어도 좀 더 나은 삶, 잘 사는 방법을 찾다가 떠오른 거니까요. 저에게 의뢰하는 고객들의 궁극적인 목표 역시 좀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철학적인가요? 그런 의미에서 저 역시 인생에 필요한 정리와 관련된 교육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잘 사는 방법은 누구라도 가장 관심이 많은 분야라고 생각해요.
좋은 습관이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정리습관은 단순히 청결을 위한 습관 같지만, 인생의 행복과 성공을 위한 습관의 출발일 수 있죠. 정리는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하는 일이고, 자신의 삶을 컨트롤하는 좋은 습관입니다.
▲의뢰인 가정의 비포(before)와 에프터(after) 모습 /사진제공=베리굿정리컨설팅
어느 날 제 폰에 가정집 거실 사진이 전송됐어요. “뭐지?”하는 순간 “도와달라”는 한 주부의 연락이 왔죠. 당시 사진엔 거실이라는 것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물건들이 꽉 차 있었어요. 실제로 저희가 그 가정을 방문했을 때 남편분이 “거실의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는 게 소원”이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이니까 안전상으로도 문제가 있는 환경이었죠. 대대적으로 하루 꼬박 청소해서 처음 이사 올 때의 모습으로 원상복귀 했어요. 단순히 깨끗해졌다는 사실보다 가족이 함께 공유하는 공간의 가치를 부여하게 된 거예요. 정리로 인해 일상이 바뀌는 변화일 수 있는 거죠.
정리가 필요한 고객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해요. 저는 여러 기업, 단체에 강연을 다니면서 그들의 니즈를 많이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워킹맘, 주부들을 위한 가정 홈케어, 기업을 위한 오피스케어 등 세분화해서 서비스하는 것이 첫 번째 노하우였어요. 두번째는 이런 카테고리에 맞춰서 마케팅을 하면서 직접 발로 뛰면서 홍보했죠. 요즘엔 제가 직접 가정에 방문해서 홈케어를 해드리진 않지만, 정기 점검을 하고 개선할 사항을 체크하고 있어요.
언제 정리해야 될 지 감이 안 잡힌다 싶을 때는 ‘시간·돈·감정’ 가운데 하나라도 소모될 때가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하세요. 그 다음 어디서부터 어떻게 버려야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텐데요. 일단 처음엔 방 안의 물건을 싹 빼놓고 하루 정도 생활해보세요. 하루가 지나면 스스로 버릴 것과 취할 것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게 돼요.
지금 사업 6년차인데 사실 지금까지 적자예요. 그래서 꾸준히 강연도 하고 책 출판, 방송 출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해서 번 수입으로 회사 자본금을 충당하고 있죠. 지난해 매출은 4억원이었지만 적자는 1억원이었어요(웃음). 그래도 사업 첫해인 2010년 매출이 5,600만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많이 발전한 거죠.
정리컨설팅 시장에 대한 전체적인 전망은 밝은 편입니다. 확실히 사업 초반 때보다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증가했어요. 실제 미국에서 활동하는 정리 수납 컨설턴트 중에는 연봉 1억이 넘는 사람이 많고, 더군다나 나이 제한이 없으니까 고령화된 인력들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망 직업이죠. 단순히 청소 같은 용역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에게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직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시선이나 직업 이미지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민간자격증이 등록돼 있어서 일정 시간 교육과 시험을 거쳐서 획득할 수 있습니다. 단, 이 직업을 선택할 때 단기간의 수익만 바라보고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라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프리랜서로 근무하는 만큼 월급이 일정하진 않거든요.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직업에 대해 열정과 사명감이 있어야 합니다.
‘인간·시간·물건’ 이들 세 가지만 잘 조절할 수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에요. 시간을 잘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잘 활용하는 것, 사람을 잘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잘 만나는 것, 물건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잘 쓰는 것이 정리의 기본이죠. 사실 제가 말은 이렇게 쉽게 하지만 이 3가지 미션은 엄청나게 힘든 인생 숙제죠. 근데 이 세 가지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래서 제 역할은 사람들에게 좀 더 쉽고 편한 방법을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거죠.
저는 인생이 사업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제가 가장 흥미 갖는 것이 웨어러블 장치를 통해 자신의 계획과 건강을 정리해서 한눈에 보기 쉽게 알려주는 서비스 개발입니다. 앱 개발이나 플랫폼 구축 같은 것이죠.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요즘엔 융복합 산업이 많다 보니까 단순히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정리, 시간 있을때 하면 되지? 절대 안해요! 자기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 시간, 물건 그리고 돈을 지키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 정리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어요.”
새로운 곳을 탐험해보는 걸 좋아해요. 낯선 공간에서 있으면 생각이나 감정들이 정리되면서 동시에 설레는 기분이 들거든요. 언제부턴지 청소가 취미가 됐어요. 집에서 쉬는 날에도 청소를 하는데 그 순간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대부분 사람들은 정리정돈 하는 게 귀찮고 미루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작은 습관이 본인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어요. 정리가 버리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을 힘들게 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만드는 요인은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해 정리하는 게 맞는 거니까요. 행복한 것, 행복하게 만드는 물건,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서 사는 것이 모두의 지향점 아닐까요?/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