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말까지 이어진 일본 규슈 지역 강진으로 현지 기업들의 피해가 확산되면서 국내 증시의 쌍두마차인 전자(IT)와 자동차 업종의 반사이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일본 기업들의 구체적인 피해규모를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단기적으로는 지진에 따른 생산 차질, 엔화 강세 등으로 전자와 자동차 업종의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소폭 떨어진 가운데 현대차(005380)는 전 거래일 대비 1.65% 상승한 15만4,000원에, 기아차(000270)는 장중 3% 넘게 오른 5만원에 근접했다가 상승 폭이 둔화되며 1.87% 오른 4만9,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외에도 현대위아(011210)(2.91%), 현대모비스(012330)(0.62%) 등 현대차(005380)그룹 계열의 자동차 부품주들도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최대의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는 지진 피해에 따른 부품 조달 차질로 이날부터 일주일간 현지 공장의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또 혼다와 닛산, 미쓰비시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줄줄이 조업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이번 지진이 도요타와 닛산 등 일본 주요 자동차 업체의 실적부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피해복구와 조업, 선적 차질이 길어지면 미국시장 등에서 한국업체의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진 여파에 따른 엔화 강세 국면도 국내 경쟁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곽병열 현대증권(003450) 연구원은 “일본은 대외적으로 채권국이기 때문에 천재지변의 국가위기가 발생하면 대외자금 회수가 일어나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엔화 강세 현상이 단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을 감안하면 국내 완성차 및 부품주들의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자업종도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두 차례에 걸친 강진으로 소니의 카메라모듈 이미지센서 생산 라인이 피해를 입어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스마트폰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희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일본 강진으로 스마트폰의 부품조달 차질이 예상되는 애플과 비교해 한국기업의 상대적인 수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 밖에도 아가방컴퍼니(6.21%)와 보령메디앙스(2.70%), 호텔신라(1.16%) 등 일본 지진 여파에 따른 중국인 쇼핑객 유입의 수혜가 기대되는 유아복 업체와 면세점 관련주들도 일제히 반색했다.
현대증권(003450)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 90일간 코스피지수(9.72%)는 주요 글로벌 증시 가운데 인도네시아(10.3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 증시는 10% 가까이 하락했다. 류용석 현대증권(003450) 시장전략팀장은 “일본 지진이 심리적인 불안 차원을 넘어 기업들의 생산공장 가동 중단과 같은 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경우 자동차와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산업 전반의 반사이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