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 플라즈마 우주선 타고 화성탐험 해볼까?

유리 밀러(왼쪽)와 스티븐 호킹 박사가 스타샷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최근 초소형 우주선을 쏘아 올린 뒤 레이저로 가속해 태양계 밖을 탐사하는 ‘스타샷’ 프로젝트가 출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20g 미만의 초소형 우주선이다. 우주선의 한 가운데는 우주 탐사에 필요한 통신레이저·카메라·원자력배터리·컴퓨터·항법장비 등이 내장된 1g 무게의 ‘스타칩’이 있고, 이를 둘러싸고 사각형의 광자(光子) 추진 돛이 장착된다. 궤도에 다다르면 우주선의 돛이 펴지고 지구에서 레이저를 쏴 우주선을 가속한다. 그 속도는 초속 약 6만 ㎞, 시속 2억1,500만 ㎞로 광속의 5분의 1에 이른다. 이 속도라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 센타우리에 20여 년이면 닿을 수 있다. 알파 센타우리는 지구로부터 4.37광년(40조㎞) 떨어져 있다.

스타샷 프로젝트가 주목을 끈 이유는 기존 우주선보다 수천 배나 빠른 속도를 내는데 있다. 지금 사용하는 우주 로켓은 너무 속도가 느리다. 지구에서 가장 멀리까지 날아간 보이저 1호는 태양계를 벗어나기까지 35년이 걸렸다. 당시 보이저 1호의 속도는 빛의 0.006%에 불과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30년대에 화성에 인류를 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예산문제와 기술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장기간 작동하는 강력한 엔진이 개발되지 않고 있어서다. 현재까지 개발된 가장 빠른 로켓을 타고서도 화성까지 가는데 만 5개월이 걸린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먹을 식량 등 물자를 싣는데 막대한 연료가 소비된다. 또 그 오랫동안 우주인들이 좁은 우주선에서 어떻게 생활할 지도 문제다. 그래서 유인 화성탐사가 힘들다. 영화 ‘마션’에서도 오랜 우주 비행이 문제로 등장했다.
아폴로 15호를 실은 새턴-V로켓이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새턴-V 로켓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로켓으로 기록돼 있다. /사진=NASA
기존의 화학 연료 로켓은 덩치는 컸지만 속도가 느렸다.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로켓인 새턴-V로켓은 총 질량이 3,000톤을 넘었으며, 최대 직경은 10.1m, 높이는 110여 m에 달했다. 이 로켓을 통해 닐 암스트롱을 비롯한 세 명의 우주인은 달 표면 위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그런데 새턴-V 로켓의 질량 대부분(전체 질량의 약 90%)은 연료가 차지하며 이 연료의 연소로 로켓이 지구 중력을 이기고 우주 밖으로 나아가는 힘을 만들었다. 엄청난 크기였지만 지구 탈출 속도(초속11.2㎞,시속 4만320㎞)를 내는 게 전부였다.

우주선을 좀 더 빨리 날려 보낼 수는 없을까? 과학자들은 신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태양광으로 가는 ‘돛을 단 우주선’, 그리고 ‘이온 추진로켓’, ‘플라즈마 엔진’ 등이 연구되고 있다.

이 중 플라즈마 엔진은 가장 주목받는 기술로 손꼽힌다. 플라즈마는 초고온에서 음전하를 가진 전자와 양전하를 띤 이온으로 분리된 기체 상태를 말한다. 플라즈마 엔진은 수소 연료를 섭씨 수백만도로 달구어 기존의 우주선보다 10배 이상 빠른 속도로 날 수 있도록 한 차세대 엔진이다. 기존 로켓은 화학 연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섭씨 수천도의 기체 밖에는 분출하지 못했다.
플라즈마 엔진을 장착한 바시미르(VASIMIR) 로켓을 이용해 화성을 탐사하고 있는 상상도. /사진=NASA
오는 2030년대 중반 화성행 우주선에 사용될 만한 플라즈마 엔진 시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까지 39일 만에 날아가는 ‘바시미르(VASIMR)’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이 엔진은 연료인 수소를 활용해 만든 100만도의 플라즈마를 자기장으로 압축한 뒤 팽창시켜 엄청난 힘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엔진은 최고 속도가 시속 20만 1,600㎞(초속 56㎞)에 이른다. 미국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1분이 걸리는 속도다. 지금까지 화성 탐사를 위해 제안된 어떤 엔진보다 빠르다. 플라즈마 엔진에는 플라즈마를 만들기 위해 소형 원자로나 태양광 발전기를 장착해야 한다. 바시미르는 앞으로 3년 내 우주 공간에서 시험 비행에 나설 계획이다. 플라즈마 엔진은 최소 100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시험에 통과하면 향후 화성 탐사 로켓으로 채택될 전망이다.

이온 엔진은 연료의 이온화 및 가속을 통해 우주선 가속에 필요한 추력을 얻는 원리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이온 엔진의 절대 추력은 화학로켓 엔진에 비해 크게 작기 때문에 지구 중력권의 탈출에는 부적합하지만, 일단 우주공간에 들어서면 수년 동안 작동할 수 있을 정도로 수명이 길기 때문에 행성 간 여행 기간을 충분히 단축시켜 줄 수 있다. 이온엔진은 1998년 소행성 탐사를 위해 발사된 미국 NASA의 딮스페이스1호(Deep Space 1), 2003년 소행성 물질 채취의 임무를 띠고 발사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하야부사(Hayabusa) 등에 장착되어 활용됐다. 하야부사에 장착된 이온 엔진은 크세논(Xenon)가스를 이온화하여 전기장을 통해 가속화하는 구조였다.

항성간 여행에 쓰이는 무인 우주선을 띄울 ‘쏠라 세일’도 개발되고 있다.


NASA의 나노세일-D2가 저 지구궤도에 진입해 성공적으로 시험되고 있다. /사진=NASA


빛의 운동량을 추진력으로 활용해 우주를 항해하는 ‘쏠라 세일(solar sail)’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이 40년 전 제안했다. 칼 세이건은 1976년 9월 조니 카슨이 진행하는 토크쇼 ‘더 투나잇 쇼’에 출연해 태양에서 나오는 빛의 운동 에너지를 추진력 삼아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쏠라세일’을 제안했다. 빛은 정지 질량(rest mass)은 없지만 운동량(momentum)과 에너지는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빛을 반사하거나 흡수하는 물체는 빛의 운동량을 전달받아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배의 돛이 바람(움직이는 공기)로부터 운동량을 전달받아 추진력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점은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 거대한 솔라 세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구 궤도 근방에서 가로세로 1km에 달하는 대형 솔라 세일을 이용해도 추진력은 9N(뉴턴)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우주 선진국들은 차세대 경량 신소재를 이용하여 솔라 세일의 구상을 현실로 옮기고 있다. 이미 일본은 금성 탐사선인 ‘이카로스’(IKAROS: Interplanetary Kite-craft Accelerated by Radiation Of the Sun)에서 솔라 세일을 사용했다. 이는 솔라 세일을 행성 간 여행에 사용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되었다.

2008년 NASA는 ‘나노세일-D’(NanoSail-D)라는 실험용 솔라 세일을 저지구궤도(LEO)에 올려보내기 위해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2010년에 이르러 나노세일-D2가 발사되어 마침내 궤도에 진입했는데, 이는 NASA가 성공한 첫 솔라 세일이었다.

나노세일은 10X10X30cm에 불과한 작은 위성에 탑재되었는데, 펼쳐지면 크기는 10 제곱미터에 달한다. 이 나노세일은 240일간 궤도에서 성공적으로 테스트 되었다.

칼 세이건이 천문학 진흥과 대중화를 위해 비영리단체로 공동창립한 행성협회(The Planetary Society)는 민간 모금으로 만든 소형 우주비행체 ‘라이트 세일’(LightSail)의 시험 비행 계획을 발표했다. 행성협회는 이번 달 로켓에 라이트세일을 실어 대기권 상층부에서 기기 작동을 시험할 예정이다. 이번에 행성협회가 쏘아 올릴 라이트세일은 한 변의 길이가 약 10cm인 정육면체 꼴의 초소형 위성들을 세 개 겹쳐 놓은 것으로, 여기에 태양광 돛이 부착돼 테스트가 이뤄진다.

‘이-세일’(E-Sail)의 컨셉트 사진. 바퀴살처럼 보이는 선에 전류를 흘려 보내 태양풍 사이에 발생하는 반발력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사진=NASA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태양풍으로 우주선을 움직이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이-세일’(E-Sail)로 명명된 이 기술은 별도 에너지원 없이 태양풍으로만 우주선을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이다. 태양풍이란 태양에서 방출된 전하 입자(플라즈마)의 흐름을 말한다. 이 기술은 아주 길고 가는 선에 전류를 흘려보내 자기장을 생성하고, 이 자기장과 태양에서 방출되는 양성자가 반발하는 힘을 이용해 힘을 얻는 원리다. 이를 통해 우주선을 초당 400~750km까지 움직일 수 있다고 NASA측은 밝혔다. NASA는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우주 여행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NASA는 이 기술을 설명하기 위해 컨셉트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우주선 중앙에서 튀어나온 10여 개 알루미늄 선이 바퀴살처럼 원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거대한 바퀴살처럼 보이는 선에 전류를 흘리고 그 자기장과 태양에서 나오는 양성자가 반발해 우주선이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거대한 바퀴살을 이루는 선은 매우 얇고 길이는 약 20km에 달한다. 끊임 없이 전류를 흘리고 면적을 증가시키면 이-세일은 훨씬 더 높은 속도를 낼 것이라고 NASA는 밝혔다.

미래의 우주선을 상용화하는데 관건은 비용이다. 스타샷 프로그램의 전체 예산은 50억 달러~100억 달러(5조7,000억~11조4,000억원)로 전망된다. 하지만 인류의 도전이 계속된다면 언젠가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인류가 화성에 도착하는 날이 올 것이다. 과연 인류를 먼 우주로 인도할 미래 로켓 엔진은 어떤 것이 될지 궁금해진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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