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동호회 활동을 하며 몇 번이나 풀코스를 완주해 낸 김보건 이브자리 사원이 고객상담실에서 자료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브자리
침구 전문기업 이브자리는 마라톤 풀코스 완주 경험이 있는 김보건씨를 지난해 공채로 뽑았다. 김씨는 학업과 아르바이트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2012년 6월 마라톤에 입문했고 정석근마라톤사관학교 등 동호회를 통해 풀코스 완주 횟수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그는 이브자리 채용 공고가 뜨자 마라톤 완주 경험을 솔직하게 자기소개서에 풀어냈고 자신의 끈기와 열정을 면접에서 보여줬다. 이브자리는 마라톤 완주 경험자라면 책임감과 좋은 대인관계를 기반으로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고 김씨를 최종 선발했다. 그는 현재 이브자리 고객상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씨는 “마라톤은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정직한 운동”이라며 “마라톤 마니아들의 몸에는 성실성이 몸에 배어 있어 회사 업무를 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국내 중소·중견 기업들이 이색 경력 소유자들을 적극 채용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급변하는 기업환경 속에서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다양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남들과 차별화된 경력이나 경험을 보유한 지원자를 뽑아 회사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의류수출업체 세아상역은 지난해 신입사원으로 ‘아랍 문화’ 전문가인 윤승환 씨를 뽑아 관심을 모았다. 윤씨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주관한 ‘할랄푸드’ 교육 과정을 수강할 정도로 아랍 시장에 관심이 많았다. 아랍어 실력도 수준급이어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두바이에서 개최한 한국 식품 박람회 ‘케이 푸드 페어(K-food Fair)’에서 통역을 맡기도 했다. 한국외대 아랍어과를 졸업한 윤 씨는 통번역대학원을 수료하고 할랄푸드 과정 전문가로 나아갈 계획이었으나 아랍 여성들의 의상인 히잡에 관심이 생겼다. 그는 어두운 색의 천이 주를 이루는 히잡에 패션 디자인을 도입하고 싶어졌다. 자연스럽게 해외 의류 수출에 주력하는 세아상역에 지원하게 됐고 ‘아랍’이라는 한 우물만 깊게 파고든 윤 씨의 열정을 높게 사 회사는 그를 최종 채용했다. 현재 그는 제품기획본부에 재직하며 의상 디자인을 익히는 중이다.
헬스케어 그룹 바디프랜드는 레이싱 모델과 배우 경력이 있는 지원자들을 지난해 말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이들은 바디랜드의 안마의자와 매트리스, 정수기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까페 드 바디프랜드’에서 근무한다. 바디프랜드 측은 “고객과 직접 대면하면서 제품을 설명해야 하는 만큼 인지도가 있으면서 호감을 살 수 있는 배우와 모델 경력자들을 뽑았다”고 설명했다. 바디프랜드는 이 밖에 홈쇼핑팀에 그룹 ‘투야’ 출신인 가수 안진경씨를 채용했으며 직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헬스케어팀에는 국가대표팀 보디빌딩 코치 출신 트레이너를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한 중견기업 인사 담당자는 “어학연수나 인턴 경험, 봉사활동보다는 다른 지원자들에게는 없는 이색 경력 소유자를 눈여겨 보고 있다”며 “이색 경력이 회사가 추구하는 경영 목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적극 채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동훈·백주연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