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구성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4대 구조개혁이 좌초될 위기에 몰렸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총선 이후 처음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대내외 어려움에 직면한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 경제 활성화와 구조개혁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야당이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만큼 험로가 예상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올해 남은 8개월이 구조개혁을 위한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경제 원로들은 여야가 협치(協治)에 나설 수 있도록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쟁력 급락…절실한 구조개혁=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2.6%)은 잠재성장률(3.0%)에도 크게 못 미쳤다. 생산의 잠재성장률 기여도는 2.2%(2001~2005년)에서 0.8%(2011~2015년)까지 떨어졌다. 수출 부진과 생산성 하락에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기여도 역시 2010년 55.4%에서 지난해 11.5%까지 급락했다.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구조개혁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올해부터는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15~64세)마저 감소한다. 4대 부문(공공·금융·노동·교육) 구조개혁이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노동개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이유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노동개혁이 안 되면 국내외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며 “일자리가 더 줄어 가계 소득이 감소하면 가계부채 문제도 해결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노동개혁은 사실상 대폭 수정 또는 폐기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노동개혁 4법은 야당이 ‘비정규직 양성’과 ‘쉬운 해고’를 앞세워 반대하고 있어 처리가 불투명하다.
공공·금융부문의 개혁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공공부문은 공무원 연금개혁과 함께 313개 모든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개혁의 성과가 민간으로 확산되는 속도는 더디다. 금융 부문도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대학 구조개혁 등을 담은 교육개혁은 아직 시작도 못 한 상태다.
◇1년도 남지 않은 골든 타임=과거를 되돌아보면 우리 경제는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정부는 그때마다 강력한 의지로 경제체질을 개선해왔다. 1960년대에는 내수 중심 경제를 수출제조업 중심으로 돌리고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환율에 시장기능을 반영하는 단일변동환율제를 도입(1965년)했다. 1980년대는 중화학공업 과잉투자 문제를 효율화하기 위해 자동차와 해운업 구조조정을 단행해 ‘3저 호황’의 기틀을 다졌다.
외환위기라는 외풍이 불어닥친 후 마련된 혹독한 구조개혁안은 정부가 국민을 직접 설득하고 책임을 졌기 때문에 실천이 가능했다.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려면 과거처럼 절실한 심정으로 국민과 국회에 구조개혁에 대한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태형 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이번 정부는 10년을 내다보고 어떻게든 (4대 부문) 구조개혁에 대한 초석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4대 구조개혁이 가능한 시간은 8개월도 남지 않았다. 내년으로 넘어가면 대선 정국에 휘말려 구조개혁에 대한 동력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야의 협치가 절실하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로가 ‘안된다’는 색안경 버려야 한다”면서 “완벽한 법은 없기 때문에 (서로 대화하고) 보완해서 부작용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구경우·이태규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