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운전자 車 보험료 더 많이 오른다

금감원, 연말까지 불합리관행 개선
가해자·피해자 과실비율 따라
보험료 할증률 차등 적용키로
가입경력 인정제도 활성화도

1915A10 차보험


자가 운전자 A씨는 얼마 전 녹색 신호에 따라 정상적으로 운행하던 중 교차로에서 급하게 비보호 좌회전을 하던 B씨의 차량과 충돌했다. 자동차 사고 과실 비율 인정 기준에 따라 A씨와 B씨의 과실 비율은 각각 20%, 80%로 산정됐다. A씨의 20% 과실은 주의 소홀 탓이라는 이유였지만 더 큰 문제는 보험료 할증 부분이었다. 보험료 할증분 산정 기준은 과실 비율이 아니라 사고 건수, 상해 등급이어서 교통 법규에 따라 운전을 한 A씨와 난폭 운전을 한 B씨의 보험료가 내년에 동일하게 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선량한 운전자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자동차보험의 오래된 관행들이 대대적으로 개선된다. 18일 금융감독원이 ‘제2차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 과제’의 하나로 내놓은 자동차보험 개선 방안에 따르면 금감원과 보험 업계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연말까지 자동차 사고 발생시 과실 비율에 따른 사고 위험도를 분석해 할증 보험료 차등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가해자와 피해자 간 과실 비율을 감안하지 않는 보험료 할증 기준은 자동차보험의 대표적인 불합리한 관행”이라며 “오는 12월까지 과실 비율에 따라 보험료 할증률이 차등 적용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 받아온 인적손해 보험금도 현실화된다. 현행 표준약관상 자동차보험의 사망 위자료는 최대 4,500만원, 1급 장애에 대한 위자료는 사망 위자료의 70% 수준이다. 이는 2003년 1월 결정된 것으로 지난 13년간 국민 소득 수준 증가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자동차 사고 위자료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사망·후유장애 위자료 등 인적손해 보험금 지급 기준을 현행 국민 소득 수준과 관련 법원 판결액(8,000만~1억원) 등을 감안해 재산정하기로 했다. 다만 갑작스러운 위자료 지급 수준 인상은 과도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시뮬레이션 등을 수차례 실시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자동차보험료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제도인 ‘가입경력 인정제도’를 소비자들이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험사들의 적극적인 안내를 유도하기로 했다. 기명피보험자 이외의 피보험자도 향후 본인 명의 보험 가입시 ‘가입경력 인정제도’를 이용하면 최대 51.8%까지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지만 현재 제도 가입률은 개인용 29.1%, 업무용 9.6%에 그치는 등 저조한 수준이다.

이 밖에 형사합의금 특약 가입자들이 교통사고시 조속히 피해자에게 형사합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일정 요건만 갖추면 빠른 시일 내에 보험사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자녀를 많이 둔 보험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다둥이 특약’ 상품 개발을 장려하기로 했다.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불합리한 자동차보험 관행들이 개선되면 안전 운전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고 교통사고시 신속한 피해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며 “가입자가 2,000만명이 넘는 자동차보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감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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