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토종인 ‘한국식 빵’으로 글로벌 유수 제품과 겨루겠다는 SPC그룹의 노력이 11년 만에 빛을 발했다. 수입 이스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우리 기술로 개발한 천연 토종 효모로 빵을 만드는 것을 국내서 처음으로 성공한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 발효 소재인 누룩에서 서양식인 빵을 만드는 데 적합한 미생물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업계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SPC는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과 공동연구를 통해 전통 누룩에서 제빵용 토종 천연효모를 발굴하고 업계 최초로 제빵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우리나라 연간 미생물 종균 수입 규모는 1,123억원 정도로, 국내 사용량의 99.5%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주로 외국에서 개발된 상업적 이스트를 사용해 빵을 제조해 온 국내 제빵업계에 토종 효모 발굴이라는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것이다.
천연 토종 효모 개발 성공 뒤에는 맛과 품질이 모두 뛰어난 완벽한 한국식 빵을 만들겠다는 허영인(사진) SPC그룹 회장의 집념이 있었다. 허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빵의 핵심 요소인 효모에 대한 독자적인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확신에 따라 기초연구에 꾸준히 투자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SPC그룹은 2005년 기초 연구를 위한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서울대 연구진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제빵에 적합한 토종 효모 발굴과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허영인 회장
SPC는 천연효모의 이름을 SPC그룹과 서울대 영문 이니셜의 앞글자를 딴 ‘SPC-SNU 70-1’로 정했다. SPC-SNU 70-1는 발효취가 적고 담백해 제빵 시 다른 원료의 맛을 살려주고 쫄깃한 식감을 낸다. 제빵 적성에 맞는 발효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빵의 노화도 지연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SPC는 SPC-SNU 70-1에 대한 국내 특허를 등록하고 국제 특허 출원도 완료했다. 프랑스,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지정국가 등록을 진행중이다. 또 천연 효모를 사용한 제품 개발에도 성공해 파리바게뜨를 통해 천연효모빵 27종을 출시하는 한편 순차적으로 제품을 확대하고 삼립식품 등 타 계열사에도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파리바게뜨의 제품도 토종 천연효모로 만들어 글로벌 베이커리들과 경쟁할 예정”이라며 “차별화된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로 세계 최고의 품질 경쟁력을 갖춘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서울대학교에 위치한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천연효모를 배양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제공=S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