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뉴시즈’에서 신문팔이 소년들의 리더 잭 켈리 역을 맡은 배우 온주완/사진=윌엔터테인먼트
“오늘 무대 한번 찢어버리자.” 막이 오르기 전, 10여 명의 건장한 남자 배우들은 한 데 모여 구호를 외친다. 두 달간 하루도 빠짐없이 10시간 넘게 함께 연습하며 땀 흘린 동지애는 힘찬 군무와 합창 등 탄탄한 팀워크로 무대에서 빛을 발한다. 지난 12일 개막한 뮤지컬 ‘뉴시즈’는 그렇게 사나이들의 진한 신뢰와 응원으로 관객에게 남다른 에너지를 선물한다. 뉴시즈로 뮤지컬에 데뷔한 13년 차 연기자 온주완(사진)은 19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언제 또 이런 팀워크를 만날 수 있겠느냐”며 “뮤지컬 첫 작품을 이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뉴시즈는 1899년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당시 신문팔이 소년(뉴시즈)들이 거대 신문사의 횡포에 맞서 벌인 대규모 파업 실화를 그린다. 온주완은 뉴시즈의 리더인 잭 켈리 역을 맡아 호평을 받고 있다. 본업인 연기야 기본이고, 데뷔 전 SM엔터테인먼트의 안무가로 활동한 이력에 걸맞게 몸놀림 역시 여유 있다. 가장 걱정한 부분은 노래다. 3시간 동안 연기하고 춤추면서 노래를 부른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다. “성악을 전공한 친구한테 강습을 받았는데, 발성이나 호흡이 뮤지컬과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전략을 바꿔서 뉴시즈 노래를 종일 귀와 입에 달고 살았어요. 잭 역에 함께 캐스팅된 서경수·이재균과 연습 기간 내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신경도 썼고요.” 이런 수고 덕일까. 온주완은 고음의 노래도 매끄럽게 소화하며 완벽한 잭 켈리를 선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 만난 고기처럼 무대에서 제대로 ‘놀 줄 아는 것’치고는 뮤지컬 데뷔가 늦었다. 몇 차례 제안을 받았지만,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매번 고사했다고. 뉴시즈는 대본을 읽은 뒤 바로 ‘하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주연 배우 한 명이 전면에 나서 뽐내는 작품이었다면 역시 고사했겠죠. 그런데 뉴시즈는 신문팔이 소년 10여 명이 동시에 안겨주는 에너지가 크거든요. 응축된 이 힘이 관객에게 전달되면 정말 좋은 작품이 될 것 같다는 기대가 생겼죠.”
뮤지컬 ‘뉴시즈’에서 신문팔이 소년들의 리더 잭 켈리 역을 맡아 열연중인 온주완/사진=오디컴퍼니
뉴시즈가 거대 권력에 맞서 똘똘 뭉친 소년들의 이야기인 만큼 몇몇 배우 중심의 장면보다는 군무와 합창, 단체 연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온주완이 연신 팀워크를 강조한 이유는 여기 있었다. 공연만 하던 배우들에게 그는 ‘어쩌다 한번 놀러 온’ 이방인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을 터. 그러나 온주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연습을 함께 소화하며 동료들 틈에 녹아 들어갔다. “얼마 전 회식 자리에서 ‘내가 뮤지컬을, 그중에서도 뉴시즈를 선택한 게 실수인 것 같다’고 말했어요. 모든 작품에서 이런 팀워크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 한마디에 다 큰 남자들이 눈물을 보일 만큼 인간적으로 친해졌죠.”‘적당’이라는 말에 안주할 것 같았으면 시작하지도 않았다. 온주완은 “나를 보러 돈 주고 공연장에 온 관객에게 TV와는 다른 에너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데뷔치고 잘했다’는 말이 아닌 ‘저 자식이 저걸 또 해내네’ 하는 평가를 꼭 듣고 싶다”고 말했다.
차기작에 대한 바람도 은근히 전했다. 그는 “아직은 뉴시즈에 흠뻑 빠져있어야 할 때”라고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기회가 된다면 지킬앤하이드나 황태자 루돌프에 도전하고 싶다”고 귀띔했다. “지킬앤하이드는 연기적인 부분을 강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배우로서 욕심이 나요. 황태자 루돌프는 한동안 이 OST만 들었을 정도로 음악이 좋고요.” 데뷔작으로 관객의 편견을 ‘찢어내고’ 있는 이 신인 뮤지컬 배우의 다음 무대도 기대된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