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한화그룹 편입 1주년을 맞는 한화토탈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수 있다는 기대에 한화토탈은 물론 모그룹까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토탈 인수 첫 해 석유화학시장 호황에 올라탄 덕에 인수합병(M&A)에 대한 부담을 떨쳐냈다. 한화토탈 직원들도 삼성보다 그룹 규모가 작은 한화로 소속을 옮겼다는 부정적인 생각 대신 그룹의 주변(삼성)에서 중심(한화)에 섰다는 데 사기가 부쩍 올라있다. 이런 이유로 이달 말 한화토탈 출범 1주년은 성대한 잔칫날이 될 법하지만 회사 측은 별다른 행사 없이 공장 정기보수에 집중할 계획이다. 실적 개선에 시황의 도움도 컸던 만큼 아직은 축배를 들기보다는 그룹 내 유화 부문 간 시너지 작업이 먼저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20일 유화업계에 따르면 한화토탈의 지난 1·4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대를 훌쩍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토탈이 창사이래 최대 연간 영업이익(7,974억원)을 낸 지난해 1·4분기 영업이익은 992억원이다. 올해 석유화학 시장이 지금 상태를 유지한다면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대 흑자 기록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한화토탈의 실적 개선은 유가 하락의 영향이 크다. 원료인 나프타 등은 저렴하게 들여오지만 이를 가공해 만드는 에틸렌이나 파라자일렌(PX) 등 주요 석유화학제품 값은 강세를 보이며 한화토탈의 수익성이 뛰어오른 것이다.
한화토탈의 호실적에 가장 쾌재를 부르는 곳은 한화그룹이다. 한화그룹은 2014년 11월 삼성그룹의 방산·화학계열사 4곳의 인수를 발표했으며 지난해 4월30일부로 삼성토탈이 한화토탈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대규모 M&A는 시너지에 대한 기대 만큼 실패의 우려도 크다. 그러나 한화토탈이 인수 첫 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한화그룹은 부담을 크게 덜어냈다. 안정된 재무구조의 바탕 위에 한화그룹으로의 통합과 다른 화학 계열사와의 시너지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여유를 벌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가 삼성 화학계열사를 사는 데 1조600억원을 들였는데 이 상태라면 3~4년이면 인수대금을 모두 뽑을 수 있다”며 “인수 시점만큼은 최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실적 개선과 맞물려 한화토탈 직원들의 사기도 부쩍 올라있다. 삼성맨에서 한화맨으로 바뀌는데 거부감보다는 삼성그룹시절 비주력계열사에서 느끼는 소외감 대신 한화그룹 주력 계열사로서 자부심이 더 커졌다는 분위기다.
한화토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화창한 봄날을 맞고 있지만 오는 30일 출범 1주년은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개선을 위해 임직원들이 노력했지만 시황의 덕도 적지 않은 만큼 아직은 내실을 더 기하겠다는 김희철 대표도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정기보수 기간을 맞은 가운데 김 대표는 일주일에 2~3일 공장에 머무르며 현장을 챙기고 있다. 한화토탈의 한 관계자는 “시황이 어려울 때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고 그룹 내 시너지를 확대하는 데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