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수(왼쪽 네번째)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제프리 테슬러(〃 다섯번째) 독일거래소 집행이사가 20일 서울 거래소 여의도 사옥에서 양측 지수선물을 교차 상장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세계적인 파생상품인 ‘유로스톡스50 선물’이 유렉스(독일거래소그룹 산하 파생상품거래소) 외부 국가 중 사상 처음으로 한국 증시에 상장된다. 유렉스가 첫 해외 증시 상장 국가로 한국을 택한 것은 한국 시장에서 수요가 많기 때문으로 한국 증시가 세계 시장에서 그만큼 인정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원화로 거래되는 만큼 환헤지 비용과 위탁수수료 등을 절감할 수 있어 투자 편의성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이 상품을 활용한 상장지수연계증권(ELS)의 수익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거래소는 20일 “독일 거래소그룹과 오는 6월27일 한국거래소에 유로스톡스50 선물이 원화로 상장되고 11월 유렉스에 ‘미니코스피200 선물’을 상장하는 교차상장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유로스톡스50지수는 독일·프랑스 등 유로존 12개국의 주도주 50개(지멘스·폭스바겐 등)를 구성종목으로 한 유럽의 대표 지수다. 이 지수 구성종목들의 시가총액은 유로존 12개국 시가총액의 60%에 달한다. 국내에선 약 46조원 규모의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초자산으로 주로 쓰인다.
유렉스가 유로스톡스50 선물의 해외 상장 첫 국가로 한국을 택한 것은 양국 거래소가 그동안 꾸준히 협력을 이어오면서 신뢰관계를 구축한데다 한국 시장의 지수 수요가 커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프리 테슬러 독일거래소 집행이사회 이사는 “한국 증시의 유로스톡스50지수에 대한 투자 기반이 그 어느 나라보다 잘 형성돼 있기 때문에 역사상 첫 해외 증시 상장 국가로 한국을 택했다”고 말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번 유로스톡스50 선물 상장은 한국거래소가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큰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상장은 한국 시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으로 계약한 것이어서 한국 증시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계약에서 일본·홍콩 등 거래 시간이 중복되는 다른 국가 시장에 상장하지 않는 라이선스도 함께 포함됐다”며 “한국 증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위상 격상 외에도 이번 유로스톡스50 선물의 국내 증시 상장으로 가장 기대되는 효과는 비용 절감이다. 우선 원화로 거래되는 만큼 환헤지 비용이 절감되고 높은 해외 위탁수수료도 연간 400억~500억원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도연 한국거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상무는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에 직접 투자할 때는 위탁수수료가 한 계약당 7,000원~1만1,000원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비용보다 4~5배 높았지만 앞으로 크게 절감될 것”이라며 “한국의 거래 시간대에 유로화로 환전하지 않고 원화로 거래해 환전비용과 환헤지 비용도 들지 않아 실제 비용절감 효과는 더욱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교차상장으로 유렉스에도 코스피200지수를 기초로 하는 선물과 옵션 야간 시장이 동시에 개설돼 기존에 상장돼 있던 미니코스피200 옵션과 시너지가 기대된다. 김 상무는 “해외 투자자들이 코스피200 선물을 장외시장에서 거래해 한국 증시와 관련한 위험이 있었고 지수 수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 상장으로 옵션과 선물이 모두 상장돼 위험관리 수요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키고 거래소의 수익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박준호·박호현 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