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도마 오른 업종 진단] 해외건설 부진 속 주택경기 하강…"경영환경 2008년보다 암울"

-건설
경기침체에 해외수주 '반토막'
올 국내 공공부문 물량도 줄어





건설업계 구조조정은 지난 2008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돼왔지만 올해 건설사들이 체감하는 불안감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이는 지난해부터 주택시장 경기 호조로 업황이 다소 나아지는 모습이지만 주택 이외에 공공·해외건설 부문의 동반 부진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부문 부실은 건설사들을 옥죄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공공부문 증가율은 9.8%에 그친 반면 민간 부문이 69.7%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이끌었다. 올해 들어서도 2월까지 전체 건설수주는 9.4% 늘었지만 공공부문은 오히려 2% 감소한 상황이다

해외건설 부문은 더 암울하다. 20일 현재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113억2,442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9억4,500만달러의 54%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통적인 수주 텃밭인 중동 산유국은 물론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국가들이 저유가와 경제 둔화 우려에 수주 물량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건설 부문에서 이미 10년 전부터 지역 다변화와 공종 다변화, 단순 시공에서 기획과 설계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는 꾸준히 있었다”며 “하지만 해외건설이 어려울 때마다 정부가 국내 공공시장이나 주택시장에 정책적 지원을 해주자 건설사들이 여기에 안주하면서 건설업의 위기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에 대한 우려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거시경제 둔화 우려에 주택담보대출규제 강화, 공급과잉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2월 말 기준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은 12만1,63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1% 줄었고 5년 평균 거래량(6만8,000건)에도 미치지 못했다.

건설사들이 최근의 구조조정을 더 불안해하는 것은 과거 사례로 봤을 때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정될 경우 다시 시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너무 적다는 데 있다.

실제 2009년 건설업 1차 구조조정 당시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시작했던 11곳 건설사 중 현재 제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이수건설 등 2~3곳에 불과하다. 당시 연간 6,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한 건설사는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이 100억원이 되지 못할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중견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 이후 파산한 벽산건설과 성원건설 등의 사례에서 보듯 워크아웃을 시작하면 알짜 자산은 모두 매각하고 결국 졸업을 하고 나서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구조조정은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와 거시경제의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영업환경이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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