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프라자호텔 에서 열린 제10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개혁-경쟁과 혁신에 대해서 강연을 하고 있다./송은석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1일 열린 제10회 서경금융전략포럼에서 40여분간 진행한 기조강연을 통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며 기업들의 건전한 성장을 돕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본시장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단계 금융개혁 추진 과정에서 은행과 보험 부문에서는 가시적 성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기 시작한 반면 자본시장은 여전히 금융개혁의 테두리 안에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은 “자본시장법은 자본시장 운영 주체를 바꾸는 일로 운영 주체부터 바뀌어야 시장도 바뀔 수 있다”며 “거래소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투자 재원을 만들고 코스피·코스닥 등 각 시장을 분리해 활성화하겠다는 게 기본적인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거래소가 지난해 영업이익이 569억원이었는데 전년 대비 훨씬 많이 벌었다고 좋아했다”며 “하지만 해외 거래소와 비교하면 참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조원, 일본의 경우 거래소가 상장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후 4,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너무 초라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선으로 세계거래소 평균인 10%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거래소 체질개선이 자본시장 발전의 선결 과제라는 게 임 위원장의 지적이다.
더불어 임 위원장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초대형 IB, 즉 한국의 골드만삭스가 나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를 전면 개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장·공모제도 개편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현재 수익성이 입증된 기업뿐 아니라 모험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도 자본을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시장이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임 위원장은 “물론 투자자 보호도 중요한 만큼 투자자 보호를 잘하는 증권사에 대해서는 상장가 결정, 배정 방식 등에 자율성을 주고 그러지 못한 곳에는 강한 규제를 주는 식으로 탄력적이고 유연한 방식으로 관련 제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과거에 비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회사채 시장과 공모 펀드를 다시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임 위원장은 금융과 다른 산업 섹터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신규 영역으로 크라우드 펀딩과 기술금융을 강조했다. 특히 기술금융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은행의 역할과 노력이 컸는데 이제는 은행들이 기술을 평가하는 능력을 자체적으로 갖춰 기술금융을 안착시켜야 한다”며 “더 나아가 기술금융이 대출에 그치지 않고 투자로 확대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밖에 임 위원장은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빅데이터 활용의제약 요인 제거와 개인정보보호체계 개편을 위해 비식별정보 활용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또 최근 들어 금융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가 금융기관은 물론 개인들에게도 조속히 실제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오는 7월 테스트베드(레귤레이터리 샌드박스)를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임 위원장은 “그동안 금융개혁을 추진하면서 ‘디테일의 함정에 빠졌다’거나 ‘안타는 많은데 홈런이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거대 담론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미 도입한 제도들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시장에 안착하게 하는 동시에 금융당국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신뢰를 더 높여 금융회사들의 태도 변화를 유도해나갈 것”이라고 2단계 금융개혁의 방향을 한 번 더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