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두 남자, 거친 코스 '소나기 버디'로 정복

KPGA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 1R
김대섭, 8언더로 단독 선두 질주
버디만 8개…쇼트게임 달인 증명
김대현, 장타왕 자존심 버리고
정교함 앞세워 6언더 단독 3위

김대섭
김대현
섬세한 두 남자 김대섭(35·NH투자증권)과 김대현(28·캘러웨이)이 거칠고 어려운 코스를 소나기 버디로 정복했다.

김대섭은 21일 경기 포천의 대유몽베르CC 브렝땅·에떼 코스(파72·7,158야드)에서 열린 제12회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총상금 5억원·우승상금 1억원)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몰아치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이 대회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2016시즌 개막전이다. 8언더파 64타는 코스 레코드 타이기록이자 개인 최소타 타이. 10번홀에서 출발한 김대섭은 전·후반 버디 4개씩을 챙겨 단독 선두로 나섰다.

김대섭은 쇼트게임 ‘달인’으로 통한다. 같은 선수 신분임에도 많은 선수들이 김대섭에게 배우고 싶어한다. 실제로 몇몇 여자 투어 선수들이 김대섭에게 쇼트게임 레슨을 받고 쏠쏠한 재미를 봤다. 김대섭은 이날도 손으로 굴리듯 어프로치샷을 핀에 붙이는가 하면 먼 거리 퍼트도 짧은 퍼트처럼 쉽게 홀 주위에 갖다놓았다. 퍼트 수는 26개. 2012년 이 대회와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우승했던 김대섭은 근 4년 만의 통산 11승째를 노린다. 경기 후 김대섭은 “2~3주 전에 바꾼 퍼터가 마음에 쏙 드는 손맛을 안겨주고 있다. 긴 파 퍼트를 남기는 등의 특별한 위기 없이 첫 라운드를 잘 마쳤다”며 “겨울 전지훈련(미국)에 아내, 두 아이를 데려갔는데 가족이 있으니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 우승이 나오면 생애 첫 상금왕도 욕심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현의 ‘연관 키워드’는 ‘장타’다. 2010년 KPGA 투어 상금왕 출신이라는 수식보다 5년 연속 장타왕(2007~2011년) 타이틀로 골프팬들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2011년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는 무려 296야드였다. 김대현의 드라이버 샷 기록은 그러나 지난해 277야드(30위)까지 뚝 떨어졌다. 2011년 말에 입은 왼쪽 어깨 부상의 후유증 탓이기도 했지만 의도적인 변화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장타왕 자존심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지적도 받아온 김대현은 지난해 정확성에 초점을 맞춘 간결한 스윙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 결과 9월 매일유업 오픈 우승으로 3년 만에 통산 4승째를 챙겼다.

김대현은 더 정교해진 골프로 2016시즌을 기분 좋게 출발했다. 버디 9개에 보기 3개로 6언더파 단독 3위다. 전윤철(28·AB&I)은 7언더파 ‘깜짝’ 2위. 베테랑 김대섭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새 시즌에 임했다”고 말했듯 올 시즌 뒤 군 입대 예정인 김대현의 플레이에서도 남다른 의지가 읽혔다. 6번홀(파5)에서 아웃오브바운즈(OB)를 내 보기를 적은 것 외에는 한층 더 안정된 드라이버 샷으로 올 시즌 기대감을 높였다. 김대현은 “셋업 단계부터 왼발에 미리 체중을 실어놓고 스윙을 하는 ‘스택앤드틸트’ 스타일로 과감하게 변화를 줬는데 잘 들어맞았다”며 “전훈 동안 숙소에서 퍼터 페이스의 스위트스폿(정중앙)에 볼을 맞히는 연습도 하루 2~3시간씩 했다. 이것 역시 효과를 봤다”고 했다. 6언더파 66타는 김대현의 이 코스 개인 최소타라고 한다.

이날 경기는 비가 몰고 온 안개 탓에 출발이 5시간 지연됐다. 악명높은 단단하고 빠른 그린이 다소 관대해지기는 했지만 일부 선수들은 대기시간 동안 컨디션 유지에 실패한 탓인지 쓴맛을 봤다. 디펜딩 챔피언 허인회(29·국군체육부대)는 6오버파 78타를 적었고 김비오(26·SK텔레콤)도 2오버파로 주춤했다. 지난해 대상(MVP) 수상자 이태희(32·OK저축은행)는 1언더파로 마쳤다.

/포천=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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