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한계기업 구조조정 얘기는 내가 원조...조선.철강 등 구조조정 급선무”

[줌人 20대 국회] 4선 성공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
내가 발의한 기촉법 반대하던 野
어떻게 구조조정 얘기할수 있나
당내 다수 대권후보가 경쟁해야 '동행론' 강조



“야당에서 구조조정 얘기를 꺼내는데 저는 지난해 6월부터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습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도 제가 가장 먼저 발의한 법안입니다.”

20대 총선에서 4선에 성공한 정우택(사진) 새누리당 의원(국회 정무위원장)은 21일 “한계기업 구조조정 얘기를 꺼낸 것은 국회에선 내가 원조”라며 이같이 밝혔다. 기촉법은 부실기업에 대한 자산매각 등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위한 법으로 정 의원이 처음 발의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원안은 폐기되고 수정안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했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 본청 6층의 정무위원장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촉법이 한시법이어서 상시로 하자고 개정안을 냈는데 야당이 끝내 합의를 안 해줘서 결국에는 다시 2년 한시법으로 고쳐 겨우 국회를 통과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의원은 “국내 조선이나 철강산업은 시급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오래전부터 강조해온 부분이고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지금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곪아 터진 다음에 (구조조정을) 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라며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거듭 강조했다.

그는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한계기업에 돈을 풀어 살리는 구조조정은 나도 반대”라며 “한계기업이지만 일시적으로 자금이 모자라거나 장래성이 있는 기업은 살리고 도저히 살아날 희망이 없는 기업은 빨리 선별해 도태시키는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량 실직 사태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하면) 일시적으로 실업자가 생길 수밖에 없지만 ‘고름을 짜내는 아픔’이 있어도 짜내야 한다”며 “다만 실직자에 대한 이직 대책이나 실업수당 지급 등과 같은 현실적인 대안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총선 이후 당 내분 사태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는 “당 지도부와 청와대가 총선 참패 이후 민심을 되돌리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 있었는데 놓친 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도부 가운데 선거 결과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거나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원들도 총회를 열고 몇 시간씩 난상토론을 통해 ‘우리가 잘못했다’는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했는데 하질 못했다”며 “제가 당 대표였다면 국회 로텐더홀 맨바닥에 앉든지, 무릎을 꿇든지 3시간이든 5시간이든 석고대죄하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끝나고 당선자는 물론 낙선 의원들까지 모셔 저녁을 함께 하면서 총선 결과에 대한 민심이나 쓴소리를 듣는 자리를 가졌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나도 청와대에서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민심이 이렇게 나쁘게 나온 것에 대해 미안하다. 초심으로 돌아가 민생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챙겨보겠다’고 얘기했으면 선거는 졌지만 민심은 한 번 더 여당에 기회를 줘보자는 쪽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총선 참패 후 민심을 되돌릴 두 번의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다 놓친 게 정말 아쉽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 변화도 주문했다. 친박계로 분류돼온 정 의원이지만 총선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도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변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변심한 게 아니다. 박 대통령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성공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국회와 소통하는 스타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혼자서 여당 의원 120여명을 일일이 다 상대할 수 없으니 권역별로 10명 정도 대통령이 신뢰하는 중진급 의원을 정해놓고 수시로 연락하고 정기적으로 만나고 대화하면 훨씬 소통이 잘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 참패 이후 당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외부 비상대책위원장 영입에 대해서는 “장단점 있다”며 “새로 선출될 원내대표가 대화와 협상력을 갖춘 원만한 사람이 돼서 계파를 융화시켜 빨리 개혁안도 만들고 전당대회를 잘 치러서 당 대표를 잘 뽑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4·13 총선 기간 김무성 당 대표는 유세현장에서 정 의원에 대해 “4선에 성공하면 제일 먼저 국회부의장이 될 가능성이 큰 충북의 정치지도자”라고 소개할 정도로 중앙정치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4선에 성공과 함께 충북도지사 등 행정경험도 있어 최근 부상하는 충청 대망론과 맞물려 당내 대권 후로도 거론될 정도로 무게감을 갖게 됐다는 평가다. 정 의원은 그러나 대권 얘기에는 손사레를 치며 “지금은 당 혼란이 정비되지 않은 시점이라 직접 말을 꺼낼 시점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정 의원은 “당내 대권후보는 서너 명이 함께 경쟁하는 구도가 되면 좋겠다”며 “혼자서 (대권 도전에) 나서는 길은 굉장히 외롭고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험난한 대선 과정에서 돌부리에 걸려 쉽게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명의 후보가 동행해야 한다”며 이른바 ‘동행론’을 강조했다. 그는 “동행하자는 의미는 후보들이 끝까지 완주해보고 제일 가능성 있는 사람을 서로 밀어주자는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반기문 대권후보 추대론에 대해서는 “반 총장이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고 추대 형식으로 대권후보가 되면 대선에서 붐을 일으키는 데 실패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홍길·류호기자 what@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