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개시를 미리 알았을까.
한진해운이 22일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하면서 최 회장이 이를 사전에 알고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 지분을 모두 정리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진해운·유수홀딩스 측은 사전 정보 교류가 없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의혹이 사실일 경우 한때 한진해운을 경영했던 최 회장의 도덕성에 큰 흠집이 될 뿐 아니라 형사상 처벌도 받을 수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 회장과 두 딸인 조유경(장녀)·유홍씨는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 주식 총 96만7,927주, 약 27억원어치를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수차례에 걸쳐 매각했다. 이는 한진해운 지분의 0.39%에 해당하며 최 회장과 유경·유홍씨가 보유한 한진해운 지분은 제로(0)가 됐다. 한진해운의 최대주주인 대한항공은 “최 회장 일가는 이제 한진해운의 특수관계자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최 회장과 두 딸은 이로써 한진해운의 향후 주가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한진해운 주주들은 자율협약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됐지만 최 회장 일가는 이를 비켜간 것이다. 최 회장은 남편 조수호 회장(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이 2006년 별세한 뒤 한진해운 경영을 대신 맡아왔다. 하지만 2014년 실적악화를 견디다 못해 한진그룹에 경영권을 넘겼고 지난해 5월 유수홀딩스를 한진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해 독자경영의 길을 걸어왔다.
일단 한진해운은 “최 회장 측으로부터 주식 매각을 통보받은 즉시 사실확인 후 절차에 따라 공시했다”며 “매매 사실과 관련해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상의한 바도 없다”고 강조했다. 유수홀딩스 관계자 역시 “최 회장 일가는 당초 유수홀딩스의 계열분리 과정에서 들고 있던 한진해운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공정거래위원회와 약속했다”며 “매각 시점에 대해 의심이 제기될 수는 있지만 사전에 자율협약 정보를 입수하고 행동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 회장과 두 딸은 지난해 2월에도 한진해운 지분 수십만주를 매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달리 최 회장 측이 미리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정보를 입수하고 지분을 매각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법거래로 처벌까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최 회장의 지분매각) 공시가 나온 시점을 한진해운의 주가 흐름과 관련해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추후 실제 매각 시점 등에 대해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최 회장이 미공개 주요 정보를 이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당사자의 확인절차가 필요하다”며 “최종 판단은 금융감독원과 검찰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