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8년 2차 오일쇼크 이후 세계 해운업황이 불황에 빠지면서 한진해운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국제 해운 동맹 해체와 1984년 미국에서 신해운법 발효로 업체 간의 운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어려움은 지속됐다.
1985년 한진그룹 창업자인 고(故) 조중훈 회장은 한진해운 체질 개선 및 대한항공 등 그룹이 나서 한진해운을 지원하겠다는 결심을 한 이후 직원 조회에서 “그룹의 힘으로 한진해운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히며 대한항공 위탁 경영 등 개혁안을 진행했다. 이후 2년여 만에 한진해운은 흑자로 돌아섰다.
2315A01 한진해운 현황
◇한진그룹 1조원 지원 “할 만큼 했다”=한진그룹에게 한진해운은 그룹의 모태와도 같은 기업이다. 고(故) 조중훈 회장이 한진그룹의 시작인 한진상사를 인천에 터를 잡은 것 역시 육해공을 잇는 종합물류기업이 되겠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 요구의 항공업 인수가 없었다면 해운업을 먼저 시작했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조양호 회장이 지난 2014년 경영난을 겪고 있던 한진해운을 전격 인수해 1조원이 넘는 돈을 지원하면서 한진해운을 살리려 했던 것 역시 이런 맥락이다. 한진그룹은 2006년 조양호 회장의 동생 조수호 회장 별세 이후 제수씨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이끌던 한진해운이 어려움에 처하자 한진해운을 자회사로 편입해 본격 경영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해운업 시황과 쌓인 부채 등으로 한진해운의 경영난이 지속되면서 결국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채권단에 경영권을 넘기는 자율협약에 따른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진그룹 내부에서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는 상황까지 몰린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는 분위기다. 조양호 회장이 경영을 시작한 2014년 이후 대대적인 자구책은 물론 원가절감 등 구조조정 노력으로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 용선료(배를 빌려 쓰는 돈) 선박 반납을 통한 비용절감, 고비용 저효율 선박 처분 통한 노선 합리화, 수익성 낮은 노선 철수로 인한 공급 축소 및 수지 개선 등 뼈를 깎는 수준의 원가절감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2014년 2분기부터 영업흑자를 실현하는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주력 회사인 대한항공 역시 부채비율 줄이기에 나선 상황에서 1조원에 가까운 돈을 한진그룹에 지원한 것은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할 만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럽 경기침체, 중국발 경기 둔화 등 세계 경제의 장기 불황, 컨테이너 선복 공급 증가, 비용 우위를 위한 초대형선 도입 경쟁, 선사간 인수합병 등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해운업의 주 수익원인 운임이 붕괴 수준에 이르게 된 것 역시 이유다.
해외 정부의 경우 해운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저금리 지원 등을 통한 지원을 지속한 것 역시 어려움이 가중된 이유였다. 실제로 덴마크는 세계 1위 해운업체 머스크에 수출입은행을 통해 5억2,000만달러, 정책금융기관이 62억달러를 대출했다. 또 독일 함부르크시는 2012년 2월 세계 3위 선사인 하팍-로이드사의 지분 20.2%를 7억5000만유로에 매입했고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18억달러의 부채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기도 했다. 프랑스는 부도위기에 빠진 자국선사 CMA-CGM에 금융권과 함께 1조원이 넘는 금융지원을 펼쳤고 중국은 중국은행을 통해 중국원양운수(COSCO)에 108억달러를 신용 지원했다. 일본은 해운업계에 이자율 1%로 10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가능하게 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