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수한 런던 마천루의 몸값은 글로벌 불황 우려 속에서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런던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랜드마크 빌딩을 선호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임대 수요는 줄지 않는 반면, 공급은 정체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해 하반기 영국 런던 내 20층 이상 고층빌딩의 연간 임대료가 1평방피트(약 0.093㎡)당 126달러로 전 분기대비 9.7%,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21.4% 급등했다고 런던의 고급 부동산 전문 중개업체인 나이트프랭크를 인용해 보도했다.
전 세계 주요 21개 도시의 30층 이상 초고층빌딩 임대료를 비교하는 ‘21시티 스카이스크레이퍼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런던의 빌딩 임대료는 11% 올라 압도적 1위에 올랐다. 런던의 임대료 상승 속도는 첨단 산업단지인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미 샌프란시스코의 2배, 홍콩과 인도 뭄바이의 3배에 달한다. 같은 기간 중국 경기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싱가포르의 임대료가 4.76%, 중부 유럽의 중심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임대료가 1.16%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이 같은 임대료 상승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나이트프랭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국적 기업들은 런던의 랜드마크 빌딩에 오피스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며 “하지만 초고층 빌딩 공급은 적어 앞으로도 런던의 사무실 임대료는 빠른 속도로 오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임스 로버츠 나이트프랭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런던의 오피스 공급량은 2001년 중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영국이 유럽연합(EU)를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만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런던은 올해도 임대료 상승률 최상위 도시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고가에 임대되는 런던 중심가의 수백 여 개 고층빌딩 중에서도 임대료가 가장 비싼 빌딩은 무전기 모양의 워키토키 타워와 치즈 모양의 레든홀로 알려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 빌딩에 입주한 기업 중에는 글로벌 보험사들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런던에는 초고층빌딩이 많지 않았다. 1979년 세워진 냇웨스트타워와 2003년 등장한 거킨빌딩 정도가 그나마 랜드마크 빌딩이라고 부를 만한 건물이었다.
이후 2000년 중반 들어 오피스 임대 수요가 폭증하면서 초고층 빌딩 건설 붐이 일었지만, 최근 초고층빌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빌딩 공급에 제동이 걸렸다. 일명 ‘먼로바람’이라고 불리는 빌딩풍과 일조권 침해로 인한 피해가 급증한 탓이다. 런던 오피스 빌딩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더 이상 늘어나기 힘든 구조라는 얘기다.
런던 부동산 업체 에버쉐드의 브루스 디어 대표는 ”초고층 오피스 빌딩의 희소성 덕분에 빌딩 주인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관계없이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런던이 머지않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임대료를 자랑하는 홍콩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스카이스크레이퍼 인덱스에 따르면 홍콩의 연평균 오피스 임대료는 1평방피트당 263.25달러로 세계 1위이며, 뉴욕(155달러)과 도쿄(128.75달러)가 뒤를 잇는다. 126달러인 런던은 세계 4위에 올라 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