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방통위, 단통법 1년 6개월 평가] 전자·이통업계 미묘한 표정

'분리공시 불가' 삼성·LG 안도
지원금 상한 상향 불발엔 실망
이통3사 "마케팅비 줄어 좋지만
가입자 급증, 요금할인제 부담"
"애플 무임승차 계속" 분석도

정부가 단통법의 현행 틀을 유지하고 영세판매점 지원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전자·통신업계의 표정도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단말기지원금 상한선 규제가 유지되는 것에 대해서는 실망하면서도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을 분리해서 공시하는 분리공시제가 시행되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영업비밀을 지키게 됐다”며 안도감을 표시했다. 반면 이통사들은 분리공시제 불발과 20% 요금할인제 유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큰 틀에서 단통법이 유지되는데 따른 마케팅비 감소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단통법 기조 유지로 인해 지원금을 별로 지급하지 않는 애플이 여전히 큰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봤으며, 이통사 중에서는 직영점 판매에 힘써온 LG유플러스가 정부의 이통사 직영점 일요일 휴무정책으로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단말기 지원금 상한선 규제가 현행 33만선이 유지되기로 하자 실망하면서도 분리공시제 불가 입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자업계 임원은 “지원금 상한 규제는 단말기 내수 판매를 침체시킨 주 원인”이라면서도 “분리공시제가 안돼 영업비밀을 침해당할 걱정을 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방통위 관계자는 “단말기 내수 판매 둔화는 지원금 상한제보다는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과소비 성향이 누그러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제조사들도 지원금 부담에 적극 나서게 하려면 분리공시가 필요하다”며 “20% 요금할인제도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어 이통사 매출 실적에는 마이너스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쟁사들보다 더 직영 판매점 확대에 힘써온 LG유플러스는 정부의 이통사 직영점 일요일 휴무 정책의 손해를 볼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하지만 애플의 경우 당국의 지원금분리공시제도 도입 불가, 20% 요금할인제도 유지 방침에 따른 ‘무임승차’를 지속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통업계 임원은 “분리공시제도가 도입되지 않으면 애플은 고객에 대한 지원금 부담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요금할인제도에 편승하는 기존의 영업행태를 유지할 수 있게 돼 가장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애플이 아이폰에 대한 지원금 제공에 소극적인 것은 자사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굳건한 데 따른 것”이라며 “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 향상을 통해 극복해야 하는 사항이지 정부가 제도를 바꿔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민병권·조양준·김창영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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