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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그들은 왜 대립하나=‘정의’를 상징하는 히어로들이 악당과 싸우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자기들끼리 싸우다 결국 내전(시빌 워)까지 발발한다는 설정은 흥미로우면서도 위험한 시도다.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영화 전체가 시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빌 워’는 그 이유를 지난해 4월 개봉한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찾는다. 울트론과의 전투로 동유럽의 소국 소코비아는 붕괴하고, 이를 지켜본 인간들은 지나치게 강한 초인들을 초국적 기구에 의해 관리·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 내용을 담은 ‘소코비아 협정’의 통과를 두고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그리고 다른 히어로이 제각각 의견을 달리한 것이 ‘내전’의 씨앗이다. 특이한 지점은 일견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아이언맨이 초인 등록제를 지지하고 명령 복종에 익숙한 군인 출신 캡틴 아메리카가 반대한다는 것. 조 루소 감독은 “캡틴은 투철한 애국심의 소유자였지만 소속 기구의 부정을 알아챈 후 개인의 선택과 책임의 중요성을 좀 더 지지하게 됐다”며 “반면 아이언맨의 경우 자기중심적 삶을 살아왔지만 그 성품 탓에 다른 사람들이 고통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기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래 진지했던 캡틴 아메리카는 이번에 더욱 진지해졌다. 특히 옛 친구 버키를 보호하기 위해 어벤져스 팀을 등지는 그의 모습은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다. 크리스 에반스는 “캡틴은 원래 삶에서 가장 중요했던 친구 버키를 버릴 수 없기에 그를 지키는 선택을 하지만 이 선택으로 인해 새로운 삶 속에서 만난 친구들과 싸워야 한다”며 “기존의 삶과 새로운 삶이 충돌할 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가족이 꾸려질 수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마블 특유의 경쾌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깊은 갈등의 드라마를 찍고 있는 동안 스파이더 맨이나 앤트맨 등의 캐릭터는 유머를 담당한다. 다채로운 성격의 히어로 12명이 격돌하는 공항 전투 씬은 루소 형제의 균형감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이다.
/싱가포르=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