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때 산에서 조난 당해 두 다리를 잃은 휴 허 교수가 자신이 직접 개발한 로봇다리(전자의족)를 착용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밀러스빌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MIT에서 기계공학 석사, 하버드대에서 생체물리학 박사를 받았다. 휴 허 교수는 2011년 타임지가 ‘생체공학 시대의 리더’로 선정한 인물로 몸이 불편한 이들도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지난 1970년대 인기 TV 시리즈인 ‘600만불의 사나이’와 ‘소머즈’는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이 사고로 한쪽 팔과 두 다리를 잃은 뒤 최첨단 생체공학의 도움을 받아 초인으로 거듭 태어나 악당을 물리친다는 줄거리가 흡사하다. 드라마 속에만 존재할 줄 알았던 이들 초인적 생체인간이 현실 속에 등장할 날로 머지않았다. 생물학과 전자공학의 원리를 적용해 신체의 기능을 확장시키는 생체공학(Bionics)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면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미디어랩 바이오메카트로닉스 연구팀을 이끄는 휴 허 교수가 이 분야의 선구자다. 서울경제신문이 ‘AI & 바이오 : 미래 한국의 생존 열쇠’를 주제로 다음달 11일부터 이틀 동안 개최하는 ‘서울포럼 2016’에 강연자로 참석하는 휴 허 교수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휴 허 교수는 “지금 우리가 만드는 생체공학적 팔다리(bionic limbs)가 사람의 신체보다 기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10여년 안에 생체공학적 의수족이 신체적 기능을 능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휴 허 교수는 선천적인 장애나 사고로 팔다리가 불편한 이들을 위한 전자 의수와 의족을 개발하고 있다. 휴 허 교수의 전자 의수족은 단순히 불편한 팔다리를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착용자의 신체적 능력을 강화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우리가 만드는 전자 의수족은 스스로 외부환경을 감지하고 인간의 근육처럼 작동하는 인공 기계장치”라며 “기계학습(머신러닝)을 통해 장치를 착용한 사람이 경사로나 계단을 올라가는지 아니면 내려가는지 등 발밑의 지형을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휴 허 교수는 2013년 보스턴 테러 때 왼쪽 다리를 잃은 여성 댄서 에이드리언 헤이즐럿데이비스에게 자신이 개발한 전자의족을 착용시켜 다시 춤을 추게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소감에 대한 질문에 휴 허 교수는 “생체공학적 장치를 연결하고 춤을 추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신나는(exhilarating) 일이었다”면서 “제게 그녀의 춤은 전기기계장치를 통해 세상에 더욱 훌륭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인간애의 진수였다”고 회고했다.
휴 허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전자 의수족을 일반인에게 보급하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아이워크(iWalk)’라는 기업을 설립했다. 전쟁에서 팔다리를 잃거나 사고로 장애를 입은 이들이 주 고객이다. 휴 허 교수는 “팔다리에 장애가 있는 이들이 우리의 전자 의수족을 사용해 다시 예전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큰 기쁨이고 영광”이라면서 “많은 환자가 잃어버린 팔다리를 되찾고 삶을 되찾았으며 정체성을 되찾았다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휴 허 교수의 전자 의족은 인공지능 기술로 더욱 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휴 허 교수도 지난달 펼쳐진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 간의 대국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고 한다.
“기계가 자신들을 설계한 종(種)인 인간과 본격적으로 경쟁을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일입니다. 하지만 저를 진짜 흥분시키는 것은 기계와 인간이 서로 협력해서 일할 때 인간이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가입니다. 앞으로 인간과 기계는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의 타고난 능력을 인지·감정·신체적으로 강화시킬 것입니다. 인간이 자신을 어느 정도까지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지는 결국 자연법칙과 우리의 집단적 상상력의 한계에 따라 정해지겠죠.”
휴 허 교수의 전자 의족은 실제 팔다리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걷는 데 지장이 없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인간보다 더 빨리 뛸 수 있고 각종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장치로도 발전할 수 있다. 실제로 지금도 휴 허 교수가 개발한 전자 의족을 차고 100m를 10초대에 주파할 수 있다. 드라마 속 600만달러 사나이나 소머즈가 현실 속에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휴 허 교수뿐 아니라 많은 과학자와 기업이 인간 신체의 능력을 뛰어넘어 무거운 짐을 쉽게 들 수 있거나 더 나아가 비행할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휴 허 교수에게 ‘아이언맨’처럼 로봇 슈트를 입고 인간이 하늘을 날게 되는 날이 언제쯤 올 것인지를 물었다. 그는 “아이언맨처럼 신체를 보호하거나 신체적으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슈트는 10년 내로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인간이 이 슈트를 입고 날 수 있을까요”라며 반문하면서 “첫 단계는 산꼭대기나 빌딩·비행기를 뛰어넘고 나서 착륙 목적지에 부드럽게 내려앉는 것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인간이 로봇 슈트를 개발하더라도 이를 활용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