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한(사진)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는 개발업계에서 디벨로퍼와 호흡을 맞춰 프로젝트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설계자로 꼽힌다. 디벨로퍼 문화가 발전한 해외에서는 건축가와 개발회사가 공동으로 일을 하는 것이 보편화 돼 있다. 윤 대표는 국내에서 이 같은 ‘협업’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디벨로퍼와 건축가가 협력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것이 미국에선 자연스럽다”며 “사무소 개소 초기에 안병규 전 나산그룹 회장과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개발을 소비자에 대한 상품으로 생각하는 ‘마인드’를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 젊은이에 감명주는 건축물 필요
그는 건설사 등이 설계 발주 시 이를 단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프로젝트의 컨셉·구성 등을 기획하고 제안하는 사업을 주로 해 오고 있다. 그는 이 같은 ‘제안성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시에 대한 철학과 건축가의 소임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윤 대표는 “문명이 발전하고 혁신이 발생하는 삶의 기본 인프라가 도시이고, 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건축가와 디벨로퍼”라며 “도심의 ‘라이프스타일’을 한발 앞서서 제안함으로써 현대를 혁신하는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창의적인 개발과 건축’들이 도시에 많이 생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젊은이들에게 감명을 줄 수 있는 건축물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서울시청사 건물은 지금도 논란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서울이란 대도시에는 이 같은 혁신적인 건물들이 꼭 시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똑같고 비슷한 것만 지으면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접하거나, 어떤 자유로운 사고를 하기 힘든 환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력적인 복합 공간 많아져야
그런 그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도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매력적인 공간과 건물이다. 대표적으로 그는 상업시설을 포함한 복합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 건물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과 체험이 있어서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는 것.
윤 대표는 “쇼핑과 영화 관람 등 여러 삶의 활동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현실의 상업시설들은 더더욱 ‘장소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간은 도시민에게 주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파급효과도 크다.
대표적으로 그는 ‘뉴욕의 타임워너센터나 도쿄의 미드타운’ 등을 들었다. 이들은 주거와 상업, 문화가 복합화돼 있어 24시간 살아 움직인다. 윤 대표는 “이들 공간의 특징은 그 지역에서 하나의 소도시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며 “이런 시설은 주변의 낙후된 지역에도 파급효과를 줌으로써 개발을 촉진한다”고 말했다.
● ‘한강변 스카이라인’ 고려를
이런 점에서 서울이라는 도시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 예로 도시에서 가장 큰 가치를 지닌 것은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도시 풍광’인데, 서울의 건축물들에선 그것을 충분히 누리기 어렵다는 것.
특히 서울의 양대 도심인 강남 테헤란로의 경우 건물이 20~30층 수준으로 잠실과 목동에 비해서도 층수 규제가 강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경우 ‘6.25 전쟁’ 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도시다 보니 맥락과 역사성이 부족해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뉴욕과 싱가포르 같은 현대적 도시처럼 ‘높이’에 초점을 맞춘 도시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강변 경관도 그에겐 아쉬움을 자아내는 부분이다.
한강 주변부를 아파트들이 다 차지하고 있어 단순한 경관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는 “한강에서 유람선을 타더라도 찍을 만한 건축물, 풍광이 있느냐”며 “압구정 등 교통요지의 한강변 재건축은 50~60층 정도로 높게 올려줘 스카이라인 등 경관을 만들고, 저층부는 추가 용적률을 통해 상업시설과 문화시설로 도입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거주민의 주거 만족도과 도시민의 한강 접근성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이러한 방식의 개발은 복잡하고 까다롭다 보니 ‘관’에서는 엄두를 못 내는 모양”이라며 “디벨로퍼가 재건축 조합과 손잡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코디네이션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 윤 대표가 꿈꾸는 건축은
“살고 싶고 … 가고 싶은 … 특별한 장소 개발에 주력”
“우리는 ‘자연·사람·역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살고 싶고, 가고 싶은 특별한 장소’를 만듭니다”
윤세한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지난 2011년 이와 같은 ‘미션’을 선포했다. 윤 대표는 “이제 도시의 공간은 온라인과 경쟁한다”며 “특별한 장소를 만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한국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적극 반영한 매력적인 상업시설을 만들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신세계그룹과 백화점·쇼핑몰 등의 건축 일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현재는 부산과 대구의 지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세계 건축의 심장부인 미국 뉴욕에 법인을 설립한 지도 10년이 지났다. 약 10명이 근무하는 스튜디오 형태로 운영되고 다. 한국에서 2명씩 교대 파견도 나간다. 최근에는 뉴욕 도심 아파트를 기획해 추진 중이다. 한국의 디벨로퍼가 뉴욕에 진출할 때 도움을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2014년에는 이라크지사를 설립해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아파트 설계뿐만 아니라 신도시에 들어가는 모든 인프라 구축을 맡았다.
그는 “이미 국제적인 회사와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는 해외 매출의 비중이 15% 수준이지만 지속적으로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