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실] 뉴노멀이 뭔가요? 어떻게 대응해야죠?

일상화 된 저성장·저물가·저금리…구조개혁 필요해요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아널드 토인비는 도전과 응전의 법칙으로 인류의 역사를 설명했습니다. 문명의 흥망성쇠가 외부적 도전에 어떻게 응전하느냐에 따라 상이한 양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죠. 지금 세계 경제는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뉴노멀이란 용어는 말 그대로 ‘커다란 위기나 변화 이후에 나타나는 새로운 정상 상태’라는 개념이다. 경제학적으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경제, 2003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이후의 미국 경제, 그리고 최근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상황을 지칭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0~2008년 중 연평균 4.4%였던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09~2015년에는 3.3%로 하락했습니다. 저물가도 심각합니다. 저성장에 따른 수요부진으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이제는 디플레이션을 염려해야 할 형편입니다. 이는 저성장·저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국들의 통화 확대와 경쟁적 금리 인하로 이어졌어요. 이러한 저성장·저물가·저금리(저수익률) 현상이 2008년에 시작됐으니 자그마치 거의 10년간 도전을 받아온 셈이고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답니다. 장기 저성장·저물가·저수익률 시대는 높은 실업률 등 적지 않은 고통을 초래합니다.

뉴노멀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응전(정책 대응)해야 할까요. 뉴노멀에 대한 대응을 위해 그동안 주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소비투자 등 총수요를 확장하는 ‘경기부양(expansionary policy)’에 치중해왔어요. 대응 결과 경기급락을 일시적으로 방어할 수 있었는지는 몰라도 효과의 지속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 선진국 대응 왜 실패했나요

현재의 전세계적 경제 부진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 탓인데

유럽·日 등 돈 푸는 단기처방만

☞ 향후 해결방법은 뭘까요

美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 추진

中 ‘신창타이’로 체질개선 주력


한국엔 경기 불안·경쟁 심화

새로운 도전과제 안겨줘

규제 완화·노동개혁 서두르고

서비스산업 육성 경쟁력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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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선진국 경제 중 유일하게 회복세를 보이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6년 넘게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세 차례의 양적완화를 통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한 끝에 얻어진 성과지만 회복 수준이 너무 미미하죠. 최근에는 추가 금리 인상을 주저할 정도로 경기흐름이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마이너스 금리를 더 내려야 할 정도로 성장 부진과 디플레이션 압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게다가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EU 이탈), 브릭시트(Brixit·영국의 EU 이탈) 등 분열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죠. 일본은 2012년 이후 금융완화정책·재정정책·성장정책을 일컫는 ‘세 개의 화살’을 쏘는 ‘아베노믹스’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시행 초기 추경 편성을 불사하는 막대한 재정 투입과 함께 통화량을 두 배 이상 늘리는 파격적인 양적완화 조치를 단행했어요. 그 후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성장이 완만히 회복되고 물가 오름세가 강화되는 등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후 추진된 각종 규제개혁, 세제개편 등 성장전략이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시행 4년 차가 된 현재 다시 엔화 강세, 물가 상승세 약화 등 아베노믹스 이전으로 원위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선진국들의 경기부진으로 신흥국들의 자본유출과 저유가 리스크는 점점 확대되고 있어요.

대응이 성공적이지 못했던 이유는 뭘까요. 2013년 말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전 미 재무장관)의 평가에 의하면 현재의 경제부진은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소위 글로벌 경제의 장기 정체(secular stagnation)론이죠. 이는 과도한 부채 디레버리징,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 장기 성장둔화에 대한 대응으로 단기적 총수요 관리정책은 적절하지 못함을 시사합니다.

결국 바람직한 대응은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공급정책으로 모아집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세계 경제는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제고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모습입니다. 미국은 법인세 인하, 해외 기업 U턴 정책 등 소위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을 통해 제조업 성장 동력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 체질개선을 목표로 하는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 ‘성장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중국판 뉴노멀이라고 할 수 있는 신창타이(新常態)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4년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중국 경제는 신창타이 시대에 진입했다”고 선언한 후 신창타이는 중국 경제정책의 새로운 지향점이 됐습니다. 고속성장의 부작용과 한계를 인정하고 6~7%의 중속 성장을 수용, 여기에 맞춰 제반경제 체질변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국가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전략으로 그 성공 여부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경제의 뉴노멀, 그리고 이에 대한 주요국의 정책 대응은 한국 경제에 단기적으로는 ‘경기불안’, 중장기적으로는 ‘경쟁심화’라는 도전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응전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달라질 것입니다.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가 달라진 환경에 신속히, 그리고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남는 것은 도태뿐입니다. 경쟁국들에 앞서 규제완화, 노동시장 개혁, 기업 사업재편, 서비스산업 육성 등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이뤄내야 하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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