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국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
조선·해운 산업의 구조조정 관련 이슈가 신문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한국 경제가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이 제조업이었는데 이것이 흔들리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우려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수출은 15개월 연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4월 역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중국은 한국 수출액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시장이다. 대중국 수출이 감소한다는 것은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미 제조업 전반에서 중국 기업은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고 한국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에는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들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는 중이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제조업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면 다른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중국은 이제 수출 중심에서 내수 위주로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이 같은 변화에 서둘러 적응해야 한다. 과거처럼 중간재 위주의 수출을 해서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어렵다. 제조업 여러 분야에서 한국과 대등한 위치에 서 있는 중국에 기존과 같은 대응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중국 내수 시장과 친환경 산업 등에 관심을 기울여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야 할 때다. 그래야만 국내 기업들도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전 세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핵심 기술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제조업 역량을 키우고 미래 신사업을 위한 준비를 해나가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서 영원히 빠져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절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접근해야 할 시기다.
올해 1·4분기 한국 기업들의 실적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매출은 감소하고 있지만 이익은 기대치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제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눈 앞에 보이는 실적에 환호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는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 정부는 긴 호흡으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기업들도 현상을 유지하려는 안일함보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경쟁자에게 금세 추월당하고 시장에서 쉽게 도태되는 냉혹한 현실 앞에 놓여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