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리우, 최악 경기여건이지만…'태릉의 땀'을 믿는다

D-100 미디어데이
12시간 시차·지카·신종플루 등
악조건에 남미 첫 올림픽 험난
개막전 현지 훈련캠프도 못차려
"힘든 부분은 다 똑같은 조건"
선수단, 결연한 각오로 구슬땀

브라질 리우올림픽 개막을 100일 앞두고 있는 27일 레슬링 국가대표선수들이 태릉선수촌 레슬링연습장에서 금매달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이호재기자.s020792@sedaily.com


브라질 리우올림픽 개막을 100일 앞두고 있는 27일 유도 국가대표선수들이 태릉선수촌 유도연습장에서 금매달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이호재기자.s020792@sedaily.com


“현지 환경 탓에 힘든 부분이 있겠지만 다른 나라 선수들도 다 똑같은 거잖아요.”

27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레슬링 국가대표 김현우(28·삼성생명)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 레슬링의 간판이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부터 시작된 레슬링 금맥은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끊겼다가 2012런던올림픽 김현우의 그레코로만형 66㎏급 금메달로 다시 이어졌다. 시상식에서 멍들고 부은 오른쪽 눈으로 금메달을 깨무는 사진은 투혼의 상징이 됐다. 한쪽 눈만 보이는 상황에서도 김현우는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8월5일 개막하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는 한국 선수단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2시간의 정반대 시차와 지카바이러스·신종플루 창궐 등으로 남미 첫 올림픽은 험난하기만 하다. 이날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D-100 미디어데이에서 정몽규 선수단장은 “역대 최악의 경기 여건이 예상되기 때문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최종삼 선수촌장도 “런던(금 13개·종합 5위)에 비해 열악한 환경인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개막 전 훈련캠프를 브라질 현지에는 도저히 차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선수들의 투지는 달라진 것이 없다. 레슬링과 유도선수들은 하도 매트에 뒹굴고 상대와 부딪쳐 귀가 뭉개져 있다. 일명 ‘만두귀’다. 김현우는 “이어폰도 안 들어가고 불편함이 있지만 불편함이라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레슬링은 7월 말 미국에서 열흘쯤 전지훈련 한 뒤 리우에 들어가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예선 탈락했지만 오히려 약이 됐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 스포츠 최초의 올림픽 개인 종목 3연패에 도전하는 진종오(37·KT)도 “힘든 건 다 똑같은 조건이다. 가장 큰 적은 부담감”이라며 “올림픽에 나가는 것 자체를 영광으로 여기라고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진종오는 최근 리우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경기 중에도 계속 모기와 싸워야 했다. 박상순 사격 대표팀 감독은 “모기를 피하기 위해 예방은 해야겠지만 계속 거기에만 신경 써서는 안 될 일”이라며 “그것보다는 현지 경기장 조명이 너무 밝아 거기에 대한 적응에 남은 기간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자들의 각오는 선수들만큼이나 결연하다. 서정복 유도 대표팀 총감독은 “선수들도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아쉽겠지만 지도자들은 그야말로 지옥행”이라고 농담 섞어 말했다. 금메달이 기대되는 선수들의 맞수가 대부분 일본 선수들이라 각오가 더 남다르다고 한다. 문영철 양궁 대표팀 감독은 “이번에야말로 꼭 해내고 싶다”며 사상 첫 전종목 석권에 대한 간절한 의지를 보였다. 문 감독은 “예년보다 선수들이 강해졌다는 걸 느낀다. 남자팀이 죄다 젊은 선수(3명 다 1990년대생)로 구성된 게 염려스럽기는 하지만 모두 대표팀 경험이 4~5년인 선수들”이라고 자랑했다.

한편 박태환(27)의 구제 여부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조영호 체육회 사무총장은 “기록은 기록이고 규정은 규정이라는 입장”이라며 “이중처벌 논란 이전에 금지약물 복용 자체가 반사회적인 행동이다. 오히려 규정을 강화해 근절하자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환은 금지약물 양성 반응 뒤 국제수영연맹(FINA) 징계를 지난달 마쳤지만 체육회의 3년 자체 징계에 걸려 있다. 그는 이날 리우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겸한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400m에서 시즌 세계랭킹 4위(3분44초26)의 기록을 냈다. 박태환은 “올림픽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 있다”고 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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