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우기자의 군사·무기 이야기] 주요국 원잠 보유 경쟁 들어가나

호주도 겸용 가능 프랑스제 선택
‘원잠이 가장 경제적’ 인식 확산

프랑스 DCNS사가 호주 해군에 납품할 차기 잠수함 상상도. 디젤 동력을 원자력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의 대형 잠수함 확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원자력 잠수함 시대가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26일 일본은 충격에 빠졌다. 호주의 차기 잠수함 사업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승자는 프랑스의 DCNS사. 가장 후발주자로 알려졌으나 설계에서 건조까지 500억호주달러(약 44조원)가 투입될 초대형 프로젝트를 따냈다.

당초 이 사업은 해상자위대의 최신형 잠수함인 소류급(4,500톤) 개량형을 제시한 일본이 가져가는 분위기였다. 무기금수 3원칙의 족쇄에서 풀려난 일본으로서는 이 사업이 2차대전 패전 후 61년 만의 본격적인 군수산업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여겼다.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가 뒤늦게 입찰에 뛰어들었을 때도 일본은 낙찰을 자신했다.


나중에 참여한 프랑스가 성공한 요인은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첫째는 현지 생산. 독일도 같은 조건을 제시했으나 일본은 자국 내 건조를 고집해 점수를 잃었다. 두 번째로 중국이 보낸 무언의 압력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세 번째 이유다. 프랑스는 재래식 디젤 동력 잠수함뿐 아니라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 및 수출이 가능한 국가라는 사실이다.

프랑스가 호주에 제시한 바라쿠다급 개량형은 4,000톤 이상으로 언제든지 동력원을 재래식 디젤에서 원자력으로 교체 가능하다. 더욱이 프랑스는 원잠 수출에도 적극적이다. 2013년 브라질과 2,200톤 차기 디젤 잠수함 4척 건조 계약을 맺으며 오는 2023년까지 원자력 추진 잠수함 1척을 넘긴다는 약속을 맺은 적도 있다.

호주의 차기 잠수함으로 원자력 추진이 보다 수월할 기종이 결정됐다는 소식은 중대형 잠수함 운용국이나 그 주변국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우리나라에서 원잠 보유 당위론이 확산되고 있다. 유엔(UN)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전략원잠(아리한트급·6,000톤급)을 실전 배치해 한창 운용 실험 중인 인도의 가상적국 파키스탄도 원잠 보유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이 원잠을 보유 운용하게 된다면 외교적 친근 관계의 연계 고리를 통해 북한과 이란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물론 아르헨티나, 호주와 인접한 인도네시아도 잠재적인 원잠 보유국으로 지목된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예비역 해군 대령)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강대국을 빼고는 중소형 잠수함을 운용하던 시대는 갔다”며 “세계 각국은 디젤과 원자력을 함께 쓸 수 있는 잠수함 운용을 거쳐 원잠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국장은 특히 “북한이 잠수함 크기를 키워 전략무기를 탑재할 계획인 이상 우리도 대응할 수 있는 원잠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국장은 차세대 동력원으로 각광 받는 리튬 이온 전지 탑재에 대해서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효율성에서 원잠과 비교할 수 있는 무기체계도 없다”고 단언했다.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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