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3~4세기 무렵 고대국가 옥저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촉각식 동검’ /사진제공=강인욱 교수
한반도 동북지역의 고대국가 옥저가 그간 고립된 약소국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기원전 4세기 무렵에 주변국과 광범위하게 교류했음을 보여주는 유물이 발견됐다.북방고고학을 전공한 강인욱 경희대 교수는 28일 “옥저 유적에 해당하는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 동쪽 니콜라예프카 마을 근처의 크로노프카 문화층에서 4조각으로 나뉜 기원전 3세기 전반의 ‘촉각식(觸角式) 동검’을 수습했다”며 “같은 옥저 유적에서 중국 북부 내륙 산시성에 도읍을 둔 전국시대 위(魏)나라 동전(칠원일근)도 출토돼 시베리아와 극동 일대 향토학자 그룹이 지난해 12월 고고학 잡지 ‘역사 속 무기연구’에 소개했다”고 밝혔다. 옥저는 함경남도 해안지대에서 두만강 유역에 걸쳐 존재한 고대 부족사회로, 국사 교과서에서는 민며느리제와 가족공동장 등의 풍습이 전해지고 ‘삼국사기’ 등 문헌에 따르면 1세기경 고구려에 복속됐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에 발견된 촉각식 동검은 부여식 동검으로 분류되며 칼자루의 끝이 둥근 고리 형태로 처리돼 마치 곤충의 더듬이 모양처럼 보이는 게 특징이다. 그간 고대 유라시아 초원 지역에서만 발견된 촉각식 동검이 연해주의 옥저 유적에서 출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부여문화권에서 촉각식 동검은 기원전 4세기대에 출현한 것으로 보고 있기에 옥저가 적어도 기원전 4세기 무렵 등장해 부여와 교류하며 촉각식 동검을 사용했고 기원전 3세기부터는 한반도와 부여문화권, 중원 지역과 교류했다는 증거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출토된 동전에 대해서 강 교수는 “중국에서도 발견된 사례가 드문 전국시대 조나라의 동전이라 옥저가 한반도에서 상당히 먼 중국 내륙과도 교류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문헌연구에서는 옥저를 작은 고대 부족국가로 봤지만 아무래도 세력이 약화돼 복속된 이후에야 역사에 등장한 탓일 뿐 고고학적 연구로 보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이른 기원전 3~4세기에 이미 세력을 이뤘고 활약 범위도 컸을 것”이라며 “고조선과 연나라가 독점하다시피 교역하던 상황에서 옥저는 모피와 인삼이라는 특산물로 중국의 다른 나라들과 교류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옥저를 포함한 부여와 동예 등은 한국사의 범주에 들어가는 고대국가지만 현재 북한을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 지역에 걸쳐있는 탓에 연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 교수는 29일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경희대 인문학연구원 주최로 열리는 ‘고대 북방과 제민족의 고고학’ 공동학술회의에서 ‘최신 고고유물로 본 연해주 남부 옥저 문화권의 대외 교류’라는 주제로 이 같은 최근 연구성과를 발표한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기원전 3세기의 옥저가 중국 북부 내륙지방과 교류했음을 보여주는 위나라의 동전 ‘칠원일근’ /사진제공=강인욱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