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크람 도래스와미 주한 인도 대사가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에 위치한 주한 인도 대사관 집무실에서 한국과 인도의 경제협력 관계 발전에 관한 여러 구상과 정책들을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경제정책, 이른바 ‘모디노믹스(Modinomics)’를 앞세운 인도 경제의 급부상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는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 구실을 하던 ‘브릭스’ 국가 중 유일하게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가속페달을 밟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수년간 연 평균 경제성장률도 7%대로 세계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인도는 한국의 전략적 파트너로서도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특별, 전략적, 동반자라는 우호적이고 긴밀함을 내포하는 단어가 중첩 사용된 것은 그만큼 양국 관계가 농밀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중속(中速) 성장 시대로 진입한 중국의 바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글로벌 황금시장으로 부상 중인 인도에서 한국은 어떻게 기회를 잡을 것인가. 포춘코리아는 창간 7주년을 맞아 비크람 도래스와미(Vikram Doraiswami) 주한 인도 대사와의 특별 인터뷰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봤다. 이 인터뷰에서 도래스와미 대사는 한국과 한국 기업에 깊은 애정을 나타내면서 “무한한 기회의 땅 인도로 달려오세요”라고 강력하게 권유했다.
지난해 5월 한국-인도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아빠~아빠~!!”비크람 도래스와미 대사가 주한 인도 대사로 부임한 바로 다음날 아침이었다. 대사는 어디선가 아빠를 부르는 어린아이의 외침을 듣고는 잠에서 깼다.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비비던 그는 ‘여기가 어디지? 인도야? 한국이야?’ 하며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사의 어머니 고향인 인도 타밀 지역에서는 아버지를 아빠,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른다. 발음과 뜻이 우리말과 정확히 똑같다. 도래스와미 대사에 따르면 인도어에는 한국어와 발음과 뜻이 같거나 유사한 단어가 제법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예로 인도에서는 부(富)를 뜻하는 단어가 ‘돈(대사의 발음은 돈과 던의 중간쯤으로 들렸다)’, 부자를 뜻하는 단어는 ‘도니’다. 두 나라가 언어적 측면에서 어떤 연관성이나 공통의 뿌리를 갖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우리나라는 고대로부터 이미 인도와 깊은 인연을 맺어 왔다. <삼국유사>의 ‘가락국기(駕洛國記)’에는 금관가야의 시조이자 김해 김씨의 시조인 수로왕이 인도 아유타국(阿踰陀國: 아유타는 현재의 인도 아요디아 지역)의 공주 허황옥(許黃玉·생년 미상~188년)을 왕비로 맞아들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허황후로도 불리는 허황옥은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의 시조모가 된다. 김해 김씨는 한국의 최대 성씨다. 그런 만큼 한국과 인도의 인연은 여간 깊은 게 아닌 셈이다.
도래스와미 대사는 말한다.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 발굴된 고대 유적과 유물 조각 중에는 인도와 관련된 것들이 많습니다. 수로왕과 허황후의 스토리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언어적 측면에서도 한국과 인도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지요. 또 인도 남부 지방에는 한국과 비슷한 음식문화가 있습니다. 한국의 나이 많은 세대는 밥과 된장찌개를 안 먹으면 식사를 제대로 못했다고 여긴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인도 남부 지방에서는 ‘삼바’라고 불리는 음식을 즐겨 먹습니다. 콩으로 만든 발효음식인데, 한국의 청국장 맛과 흡사하죠. 다만 청국장보다는 조금 매운 맛입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면 두 나라 사이에는 확실히 전통적으로 오랜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대사께서는 지난해 4월 주한 인도 대사로 부임하셨는데요. 이제 한국 생활이 1년 정도 됐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인상은 어떠신지요.
A. “사실 제가 한국과 한국 문화에 익숙해진 지가 20년이 넘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은 항상 거의 모든 면에서 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왔어요. 훌륭한 사회 인프라, 사람들의 역동성, 탁월함의 추구 등은 모두가 한국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한국인들이 종종 자신의 나라, 문화에 대해 자신감이 적은 것을 보곤 놀랄 때가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매우 짧은 기간에 인상적인 성공을 거둔 한국인들이 그렇게 느낄 이유는 전혀 없다고 봅니다.”
Q. 지난 1년간 주한 인도 대사로서 가장 중점을 두고 수행한 일은 무엇인가요.
A. “지난 1년은 저와 저희 대사관 직원들에게 정말로 바쁜 한 해였습니다. 모디 총리는 한국과의 파트너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곤 합니다. 그가 취임 1년도 되기 전에 한국에 국빈방문을 한 것도 그 때문이죠. 저희 대사관은 지난해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한층 강화된 양국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와 저희 지도자들의 지침에 따라 3가지 핵심 분야에 업무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교역 및 경제협력의 강화, 양국 관계의 전략적 내용 확대, 양국 국민의 친선 도모 등이 바로 그것이죠.
저는 한국에서 더 많은 인도를, 인도에서 더 많은 한국을 보장하는 데 모든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My effort is to ensure more India in Korea, and more Korea in India). 그래서 저희 대사관은 슬로건도 ‘함께하면 성공합니다(Hamkke Hamyeon, Seonggong Habnida)’라는 한국말로 지었습니다(이 말을 하면서 도래스와미 대사는 활짝 웃음을 지었다).”
비크람 도래스와미 대사는 요즘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한다. 그는 영어로 진행된 인터뷰 도중에 간간이 어떤 대목은 우리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그의 한국어 발음도 꽤 괜찮은 편이었다. 한국과 인도의 오랜 전통적 인연과 함께 현재 인도 시장에서 활약 중인 한국 기업들을 언급할 때는 “인도는 한국과 찰떡궁합입니다”라고 또박또박 힘차게 말하면서 한국어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Q. 한국과 인도는 지난해 개최된 양국 수반의 정상회담을 통해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거듭났습니다. 인도 정부는 외교와 경제협력 분야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요.
A. “그 질문에 관한 한 모디 총리의 관점을 언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답변이 되겠군요. 모디 총리는 구자라트주 주지사로 재임할 때부터 한국의 경제발전 스토리를 인도가 따라가야 할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해왔습니다. 아마도 족히 15년 전쯤부터일 겁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디 총리는 틈만 나면 인도와 한국의 경제적 파트너십이 상호 이익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는 양국 관계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잠재력을 보고 있습니다. 지역 및 세계 질서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양국의 강점과 이익을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측면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국과의 파트너십 확대를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양국 정부의 고위급 대화, 전략적 관점 교환, 군사 및 방위산업 협력 등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양국의 경제적 파트너십 역시 조선, 자동차, 신·재생에너지, 전자, 사회 인프라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인도는 현대적인 사회 인프라와 스마트시티 건설이 매우 필요한 상황입니다. 인도 역시 고유의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디자인, 정보기술, 순수과학, 검소한 혁신(Frugal Innovation: 나비 라드주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주창한 경영전략 이론으로, 낭비적인 연구개발을 지양하고 적은 투자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혁신을 추구하라는 내용) 등이 대표적이죠. 게다가 인도는 방대한 시장을 갖고 있고, 저임금 숙련 노동자들도 많습니다. 이런 인도의 강점들이 고도의 제조 능력, 기술의 응용과 상용화 역량 등 한국의 강점과 합쳐진다면 양국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솔루션을 창출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양국 간 파트너십이 보다 큰 실질을 창출해나가는 아주 좋은 징후를 보고 있습니다. 인도는 오는 4월 중순 제1회 ‘해양 인도 정상회의(Maritime India Summit 2016)’를 뭄바이에서 개최합니다. 이 행사에 한국은 유일한 ‘파트너 국가’로 참여하게 됩니다. 해양 인도 정상회의는 조선, 항만개발, 수산업, 해양대학, 해양레저 등 해양과 관련한 모든 분야를 논의하게 됩니다. 특히 한국의 파트너들에게는 모든 영역에서 기회가 제공됩니다. 인도의 해양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기회죠. 저는 한국의 친구들(Korean friends)이 대규모로 이 기회를 잡게 되기를 바랍니다.”
Q. 한국과 인도의 관계가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려면 양국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A. “양국은 서로를 보는 관점이라는 측면에서 항상 관계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과거에는 양국 간 파트너십에 ‘실질적인 내용’이 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난 수년간 양국 정부는 두 나라의 파트너십을 깊고 넓게 하기 위해 실질적인 내용을 보태는 데 강하게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점부터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일례로 저희 대사관은 기업들의 비즈니스를 돕기 위해 단순한 정보 제공 이상도 기꺼이 하고 있습니다. 저희 대사관은 인도에서 교역, 투자, 합작법인 설립 기회를 찾는 한국 기업들을 조사하는 것뿐 아니라 한국 기업들에게 적당한 인도 현지 파트너를 찾는 것도 해드릴 준비가 돼 있습니다.
또한 양국 국민의 유대관계나 문화교류 개선을 위해 많은 장애물을 철폐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한국-인도 간 항공편을 3배로 늘리기로 합의한 바 있죠. 이런 노력들이 꾸준히 이뤄지면 양국의 문화적 유사성도 재발견할 수 있게 되고 양국의 전통이 가진 활력들도 새롭게 조명될 수 있을 겁니다. 저희 대사관은 양국 관계를 아주 가깝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의 친구들이 인도와 서로 어깨를 맞대고 함께 일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도래스와미 대사는 인도 외무부에서 북미국장을 역임했다. 일반적으로 각국의 북미 외교 담당 부서 책임자는 최고의 엘리트 외교관이 맡는 경우가 많다. 그는 2014년 10월 말 우즈베키스탄 대사로 임명되면서 처음으로 대사 반열에 올랐다. 그 후 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4월 중순 주한 인도 대사로 부임했다. 모디 총리가 한국과의 협력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래스와미 대사를 얼마나 신임하는지 엿볼 수 있다.
도래스와미 대사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가 이미 지한파 외교관을 넘어 돈독한 친한파 외교관이 됐음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그는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흘러 넘쳤다. 그렇다면 직업 외교관이자 주한 인도 대사의 관점이 아닌 인도의 일반 국민들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과연 인도인들은 한국과 한국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도래스와미 대사는 말한다. “한국은 인도인들에게 매우 좋은 이미지를 형성했습니다. 근면한 데다 품질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이미지가 대표적입니다. 여기에는 인도 현지에서 사업을 펼치는 한국 기업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인도인들은 한국 기업들이 단순히 좋은 수준을 넘어 최고를 추구한다고 여깁니다. 이처럼 한국 기업과 한국 브랜드가 인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자연스레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평가도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또 인도의 대도시에서는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는데, 인도인들은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한국 음식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높이 평가하지요.”
모디 총리에 대한 인도 국민의 지지가 상당히 높으며, 특히 그의 경제개혁 정책에 대한 젊은 층의 지지가 뜨겁다는게 도래스와미 대사의 설명이다. 모디 총리가 대규모 행사에서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Q. 대사께서 말씀하신 대로 한국의 일부 대기업들은 일찍부터 인도 시장에 진출해 활동 중이고, 최근에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인도 시장 진출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A.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은 인도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그들은 인도 소비재 시장에서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그들의 제품은 품질, 가격 경쟁력, 가격 대비 가치등의 면에서 탁월한 평판을 얻고 있습니다. 기술 면에서도 최고죠. 이 기업들은 인도 시장의 독특성을 잘 인식하고 아주 훌륭하게 적응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비즈니스 전문가는 아니지만 몇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우선 현지화의 가치를 인식해야 합니다. 또 현지 시장에 맞는 기술 친화적 제품을 선보여야 합니다. 나아가 인도에서는 언어, 전통, 환경의 다양성 때문에 한가지 전략이나 제품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덧붙여 말하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인도에서도 현지 파트너십 구축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인도 기업들의 비즈니스 관습에 좀 더 일찍 익숙해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인도에서는 ‘인내가 미덕’이라는 점도 유념하기를 바랍니다. 참고 기다리면 ‘윈윈’할 수 있는 사업 기회가 열리게 됩니다.”
Q. 올해 초 한국 최대 기업 삼성그룹의 사장단을 상대로 강연을 하신 것으로 압니다. 주한 인도 대사 취임 후 한국의 기업가, 경영자들을 많이 만나셨을 텐데요. 그들은 인도 시장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을 표명하던가요.
A.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CEO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습니다. 저는 삼성과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을 비롯해 많은 한국 기업의 경영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경영자 상당수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인도가 기회의 땅이고 큰 시장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문화권이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막연한 걱정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죠. 저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해드리고 싶습니다. 인도는 큰 기회를 갖고 있는 시장입니다. 인도 정부도 기업들을 위해 많은 기회를 제공 할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한국 기업이 인도에 진출해 성공하지 못한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저는 한국의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에게도 인도 시장 진출 전략을 세우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향후 10~20년간 한국의 경제성장은 큰 시장을 찾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도래스와미 대사는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었음을 알고 있었다). 저는 인도가 한국이 찾는 큰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한국 기업들에게 인도 시장으로 달려오라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인도는 지난해 7.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16년 만에 중국의 경제성장률(6.9%)을 앞질렀다. 올해도 인도의 고속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의 경제성장률 격차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6년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수준인 7.5%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IMF는 인도가 더 크게 성장하려면 과감한 경제구조 개혁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14년 5월 취임 이후 경제성장과 사회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왔다. 그의 경제정책을 지칭하는 모디노믹스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한 사회 인프라 확충과 제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을 골자로 한다. 정부의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개입과 간섭을 줄여 민간과 기업 활동의 자유를 신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 모디노믹스는 인도 경제의 환골탈태를 견인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물론 인도 국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도래스와미 대사는 말한다. “인도는 국가 발전을 오랜 시간 기다려왔습니다. 지금 인도 국민들은 모디 총리의 경제개혁에 대한 기대가 아주 높아요. 모디노믹스를 앞세운 경제성장에 특히 젊은 층이 뜨거운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모디 총리는 (자신의 경제정책을 완수하기 위해) 총리직을 두 번은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꾸준한 경제성장이 이어지면 정치권과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그의 연임도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Q.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이 주춤해지면서 인도의 경제성장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인도는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 비결은 무엇인지요.
A. “저는 다른 국가와의 비교보다는 인도 경제 그 자체를 주목하고 싶군요. 최근 인도의 경제성장 추세는 사실 원래부터 갖고 있는 막대한 잠재력에 걸맞은 것이라고 봅니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젊은 인구층과 방대한 시장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수년간의 고속 성장에는 정부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고속 성장을 저해하는 구조적 장애물을 제거했을 뿐 아니라 기업 활동의 편리성을 향상시켰죠. 인도 정부는 인도 현지 기업과 외국계 기업이 일자리 창출, 신제품 개발을 통해 경제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기여를 하는지를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는 인도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에게 보다 좋은 사업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강력한 지원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각 업종에 특화된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한편 스마트시티와 새로운 비즈니스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죠. 인도 국민들을 대상으로 모든 가구(家口)가 은행계좌를 개설하도록 한 정책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 정책을 통해 하루 최대 20만개의 은행계좌가 만들어졌을 정도입니다(이 정책은 인도 국민을 금융시스템에 편입해 빈곤과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더 많은 구매력을 갖춘 인구층이 두터워지고 있는 점도 중요합니다. 이밖에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에너지 수입 비용이 상당히 줄어든 점, 재정 여건이 비교적 양호한 점 등도 최근 인도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인도 경제의 급부상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경제정책, 이른바 ‘모디노믹스’ 덕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대사께서는 모디노믹스가 인도 경제를 어떻게 바꿔놓았다고 보시는지요.
A. “제 생각에 모디 총리의 비전 중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은 국가가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어 생산적인 기업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고용 중심의 성장’을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또 한편으로 모디 총리는 국가의 자원과 역량을 동원해 수백만 명이 넘는 극빈층 국민에게 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데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디 총리는 국가의 역할에 대해 다른 많은 지도자들과는 달리 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는 시장을 경제활동을 위한 플랫폼 이상으로 본다는 것이죠.”
도래스와미 대사는 이 대목에서 1970년대 한국의 지역사회 개발 운동인 ‘새마을운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경험이 인도의 경제발전에 상당한 영감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들에게 권한과 힘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1970년대에 펼쳤던 새마을운동과 같이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입니다. 한국은 자원이 없어도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나라입니다. 저도 자원의 유무와 관계없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인도는 여러 세기(世紀)가 공존하고 있는 나라입니다(지역 및 계층에 따라 사회· 경제적 발전 정도에 편차가 크다는 뜻이다). 하지만 모디 총리와 인도 국민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우리 인도인 모두의 희망이죠. 하지만 다소 긴 여정이 될 것 같습니다. 적어도 10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Q. 대사께서는 인도 경제의 고속 성장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아울러 인도 정부는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나갈 계획인지요.
A. “지난 약 25년간 인도의 역사를 보면 지역이나 세계의 환경이 어려울 때도 경제성장 추세가 양호했습니다. 이 같은 인도 경제의 잠재력에 더해 현 정부의 정책 결정은 경제성장을 확신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인도 경제에 압박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도의 경제성장 추세에 대해 낙관합니다. 적어도 수년간은 지금의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봐요.
사실 인도 정부는 현재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로 끌어올리려는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조세 절차 간소화, 제조업 장려, 도로·철도·항만·공항 등 사회 인프라와 수많은 도시들의 업그레이드 등을 추진하고 있죠. 인도 정부가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제조업 육성 정책)’,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IT 및 전자산업 육성 정책)’, ‘스타트업 인디아(Start Up India·창업 활성화 정책)’, ‘클린 인디아(Clean India·공중위생 개선 정책)’ 등 여러 가지 전국적인 캠페인을 펼치는 것도 경제성장률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들입니다.”
Q. 나렌드라 모디 총리 취임 이후 인도에 대한 외국 기업들의 관심과 투자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는 외국 기업들의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요.
A. “한마디로 말해 외국의 파트너들이 인도에서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인도 재무부는 지난 20개월 동안 공정하고 투명한 세금 체계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또 인도의 주정부들은 노동법을 개선하는 한편 토지 매입 등 자본 투입 절차를 쉽고 투명하게 만들었습니다. 동시에 인도 정부는 외국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신속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각 산업별로 특화된 인센티브 패키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울러 중앙정부와 주정부는 여러 가지 인센티브 제도들을 비즈니스맨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장치도 마련했습니다. 이 모든 조치들은 외국 기업이 사업 기회와 파트너를 보다 쉽게 찾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죠. 특히 모디 총리는 오직 한국 기업만을 위해 인도 정부와 민간 전문가, 한국 공무원들이 스태프로서 도움을 주는 ‘코리아 플러스(Korea Plus)’라는 조직도 도입했습니다. 저희는 지금 한국 공무원이 정식 부임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인도 정부는 주로 어떤 분야에 외국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습니까. 반대로 외국 기업들은 인도의 어떤 분야에 투자하기를 원하고 있는지요.
A. “인도는 모든 분야에 투자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투자도 대환영입니다. 한국의 파트너들에게는 전자제품, 인프라, 건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군수물자, 조선, 항만, 철도, 화학, 의류, 직물, 신·재생에너지, 전력시스템, 발전장비, 의약, 식품가공 등등 투자 기회가 열려 있지 않은 분야는 하나도 없습니다.”
도래스와미 대사는 인터뷰 말미에 전체 인도 시장에서 특별히 한국기업들에게 아주 유망한 5가지 분야를 콕 집어 설명하기도 했다. 자동차, 전자제품, 조선, 섬유·직물, 식품가공 등이 그 사례들이다. 그는 “이 5가지 분야를 유망하다고 추천한 것은 한국이 이들 분야에 크나큰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물론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에게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래스와미 대사는 인터뷰 내내 한국에 대한 진한 애정을 표시했다. 한국 기업들에게는 인도 시장이 무한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 도래스와미 대사의 5대 유망 업종 추천 이유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현대자동차는 인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제조업체다. 현대차와 협력하는 인도 및 한국의 부품업체들도 많다. 한국 기업들은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현재 현대차는 소형차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 인도 중산층의 꾸준한 성장 덕분에 급증하고 있는 대형차 시장도 눈여겨봐야 한다. BMW, 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이미 대형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자제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인도에서 TV, 냉장고, 에어컨 시장을 휩쓸고 있다. 하지만 저가 제품으로 인해 시장 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작고 다양한 제품을 인도에서 직접 생산해야 한다. 인도 전자제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0년에는 수입 규모가 약 4,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만 봤을 때도 그 정도다. 하지만 모두 수입에만 의존할 순 없다. 인도에서 직접 제품을 생산한다면 훨씬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인도 현지 생산을 추천한다. 물론 모든 제품을 인도에서 생산하라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인도에서 나눠 생산한다면 효과적이다. 현재 인도 정부는 현지 생산 기업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조선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교역이 늘어날수록 조선도 같이 성장해야 한다. 인도의 해안 지형을 본다면 조선업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인도는 해상 안전 등을 위해 더욱 많은 함선이 필요하다. 이미 이 시장을 보고 진출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이 있지만 아직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은 없다. 한국 기업에게는 큰 기회다.
섬유 및 직물
한국은 합성섬유 기술과 마감 기술이 뛰어나다. 물론 가격이 조금 비싸긴 하다. 인도에서는 섬유나 직물 제품을 생산할 때 손질에 많이 의존하는데, 한국 기업들이 인도에 진출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인도는 좋은 품질의 천연섬유, 면화, 양모가 많다. 한국의 마감 기술과 합쳐지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식품가공 자동화
인도는 최대 우유 생산국이다. 하지만 생산되는 우유 중 약 65%가 완벽하게 가공·처리되지 않은 상태로 출시된다. 인도인 식단에서 우유는 매우 중요하다. 요거트와 같은 디저트도 우유로 만든다. 인도 조리식품(델리) 시장에서는 식품 가공·처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한국 식품 기업은 인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으로 믿는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