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주도 첫 문화마을 사업, 당국 갑질로 좌초위기

-민관 공동 벌교 ‘월곡 영화골’ 사업에 군청 갑자기 “50% 이상 자부담하라”
-드림온 측 “더 이상 자금 투입 어렵다”며 손들어, 2월부터 전면 사업 중단돼

전남 보성군 벌교읍 월곡마을에 그려진 스머프 벽화. 영화를 주제로한 벽화가 완성되면 국내 최장 4.5㎞에 이르게 된다. /사진제공=드림온


민간 주도로 추진되던 국내 첫 문화마을 사업이 지자체의 갑질로 중단되는 좌초위기를 맞았다.

(사)드림온사회복지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6월 드림온은 농어촌 취약 계층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 마련과 ‘낙후된 시골마을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남 보성군 벌교읍 월곡마을에 청년이 돌아오는 ‘월곡 영화골’ 문화마을 조성 계획을 수립했다. (사)드림온사회복지회는 지난 2010년 재경 보성 향우 12명의 청년이 만든 ‘벌교장학회’에서 출발했으며, 현재 500명의 회원이 보성군의 어려운 학생들과 취약계층, 희귀병 환자 등을 지원하고 있다.

회원들의 후원금과 재능기부 등으로 단체를 운영해 온 드림온은 사업비 전체를 충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2015년 2월 군에 공동 사업 추진을 제안했다. 군은 관광 활성화를 통한 지역민의 삶의 질 제고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올해 12월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착수했다.

사업비 4억3,000만원 중 1억5,000만원은 드림온이 부담하고 나머지 2억8,000만원은 군에서 부담키로 했다.


지난해 3월부터 드림온은 마을 전체 담장 미장 작업 및 벽화그리기(1㎞), 6채의 폐가 매입 및 공방으로의 리모델링 등에 1억 9,000만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군은 추경 예산에서 관련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문제가 되자 포괄사업비로 안길정비(3,000만원), 공중화장실 설치(3,300만원), 폐우물 족욕쉼터 설치(1,900만원) 등 8,000여만원을 투입했다.

사업은 벌교읍이 내려다보이는 월곡리 일대에서 진행됐다. 사업이 완료되면 4.5㎞의 전국 최장 벽화마을이 조성되고 마을에는 50여 점의 벽화는 물론 족욕 쉼터, 구간별 포토존, 입체 조형물, 문화 공방, 녹차 시음장 등 문화체험 공간이 들어선다. 스토리가 있는 마을로 조성되면 인근의 낙안읍성민속마을(10분 거리), 순천만(20분 거리), 보성 녹차밭(20분 거리)을 찾은 관광객들을 끌어 모을 것으로 기대됐다. 또 걸어서 5분거리에 있는 태백산맥 문화마을과 벌교 꼬막 등 기존 관광 인프라에 더불어 보성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포토존, 조형물, 문화공방, 녹차 시음장 등 전반적인 시설 완료를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사업비를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군은 올해 2월 갑자기 월곡 문화마을 사업이 민간자본 보조 성격이니 관련 규정에 따라 50%를 민간에서 자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 관계자는 “드림온에서 제출된 사업계획서는 체험공방 및 아트숍 내부인테리어 및 집기류 구입 등 민간자본 보조 성격의 사업으로 지방보조금 관리 기준에 의거 자부담 비율을 50% 이상으로 신청토록 안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건 드림온 사무총장은 “자부담금 50%는 금시초문인지라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사업비 50%를 우리 단체가 부담하는 것이었다면, 편성 전에 저희와 협의를 해서 부담을 할 수 있는지 사전 조율을 했어야 하는 게 사리에 맞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드림온은 “군과 확약된 사업비가 이미 투입된 만큼 더 이상 자금투입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성군측은 이에 대해 “보조금 사업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사전 설명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는 군 실무부서와 드림온과의 행정 절차상 발생된 소통의 문제라 여겨진다”면서 “지방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함에 있어 동시에 모두 충족해 드리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을 수 있으나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군수께서는 드림온과의 약속 이행을 위해서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왔으며 본 사업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 추가 지원과 향후 마을기업 형태의 발전도 적극 권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업비를 둘러싼 보성군과 드림온의 이견으로 월곡 영화골 사업은 공정률 30%에 그친 채 지난 2월부터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사업이 무산되면 경관 훼손 등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드림온은 보성군에서 사업을 추진해 간다면 드림온에서 갖고 있는 월곡 문화 마을 관련 기획서, 디자인, 매입한 부동산들을 아무 조건 없이 보성군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드림온측은 “우리는 사심 없이 지역 주민의 자립과 젊은이들의 정착을 위해 사업을 진행했다”면서 “군청에서 모든 것을 가져가서 군 예산으로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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