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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상품 설계에 대한 금융 당국의 사전규제가 폐지됨에 따라 앞으로는 보험사 상품출시가 빨라지고 종류도 한층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가 달라도 상품은 비슷한 '판박이 보험'이 출시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보험료가 인상되거나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담은 상품이 출시될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일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보험은 금융당국이 정해주는 대로 가격과 상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누가 판매채널을 많이 확보하느냐는 소위 '유통경쟁'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양적 경쟁에서 질적 경쟁으로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틀을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의 보험상품 사전규제 폐지 방침에 대해 보험업계는 예상보다 큰 폭이라며 환영하는 모습이다. 보험사들은 일단 적자의 원인이 된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서 보험료 인상을 계산하고 있다. 그동안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가격 인상이 막혔던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료는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금융 당국은 보험료의 통제수단이던 표준이율과 위험률 조정 한도를 보험사에 넘겨왔다. 표준이율은 보험사의 부실을 막았고 위험률 조정 한도는 지나친 보험료 인상을 억제했다.
상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 금융감독원의 인가를 거치는 사전신고제가 사후보고제도 바뀌면서 신상품 출시는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사전신고제 폐지는 업계 경쟁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대형사에 비해 중소형 보험사는 신상품을 출시하려면 금감원의 인가를 수개월 이상 기다려야 했는데 앞으로는 이 같은 규제가 없어지면서 중소형사에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금융 당국의 사후감독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실제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보험료에 대해서는 검사를 하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부당하게 올렸는지 사후검사를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감독방침이 사전통제에서 사후통제로 바뀌면 오히려 규제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우려도 업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상품규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일단 많이 팔고 보자는 보험사의 관행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부 대형 보험사는 이번 자율화를 반기지 않았다"며 "단기 실적만 중시해 경쟁력보다는 무조건 싼 상품만 내놓는 관행이 당장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민단체들은 다양한 상품 개발을 명분으로 한 자율화가 자칫 소비자에 불리한 약관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보험료 인상이나 불리한 상품에 노출됨에 따라 피해사례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임세원기자w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