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2명·사장 7명 올라 임원승진 예년의 2배로
성과자에 확실한 보상
그룹 핵심 '신사업추진단' 車부품·소재 등 성장 주도
전자는 각자 대표제로 전환… 조직 유연화 경영실험 주목
LG그룹이 26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를 보면 신사업 육성에 대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작심'이 절절히 배어나 있다. 휴대폰 사업 등으로는 미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고 보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하루빨리 키워야 한다는 오너의 강력한 의지가 역력하다.
이런 측면에서 그룹 차원의 신성장사업추진단을 신설하고 그 자리에 자신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을 직접 앉힌 것은 이번 인사의 백미다. 한편으로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성과를 낸 임원은 확실한 보상을 해준 점도 눈에 띈다. 부회장 2명과 사장 7명 등 C레벨 이상에서 9명의 승진자가 탄생했다. 다만 LG그룹 핵심 계열사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만큼 전체 승진규모는 예전에 비해 줄었다.
◇신사업 성과에 가속 페달…조직 슬림화=그동안 LG의 간판 사업은 가전·휴대폰·통신 부분이었으나 해당 분야의 성장성이 떨어지면서 자동차 부품, 에너지 등의 신사업을 발굴, 추진해왔다. 그러나 급변하는 경영환경으로 향후 2~3년 신사업 분야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LG그룹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이 최근 강조한 신사업 강화, 과감한 변신 등을 강조해왔으며 이번 인사는 구 회장의 의사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지난 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연한 조직 문화와 신사업에서의 성과를 강조한 바 있다. 10월 임원 세미나에서는 "사업방식을 근본적으로, 그리고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며 강도 높게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구본준 부회장이 맡게 될 신성장사업추진단에서는 기존에 LG전자·LG화학 등 계열사들이 나눠 하고 있는 자동차부품사업과 에너지사업을 총괄하면서 성과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추진한다. 석유화학 등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 중에서도 OLED 소재와 같이 고부가가치 소재 등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이를 육성하는 등 LG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신성장사업추진단은 기존의 시너지팀과 사업 개발팀을 통합한 시너지개발팀을 밑에 두게 된다.
구 부회장이 지주로 이동하면서 LG전자는 기존 1인 최고경영자(CEO) 체제에서 전환해 4개 사업본부가 전문경영인이 각자 권한과 책임을 맡아 경영을 하는 체제로 바뀐다. 기존 정도현 사장(CFO) 외에 휴대폰 사업을 맡는 조준호 MC사업본부장(사장)과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조성진 H&A사업본부장(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를 맡는다. 이밖에도 자동차 부품사업본부(VC사업본부)와 TV사업(HE사업본부) 본부장 책임하에 경영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스스로 대표 이사로 책임경영을 하라는 의미"라며 "급변하는 상황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조직을 유연화했다"고 말했다.
◇성과엔 확실한 포상=부회장으로 승진한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2012년 디스플레이 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둔화될 때 사장으로 취임, LG디스플레이를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이끈 점을 인정받았다. 권영수 LG화학 사장(전지사업본부장) 역시 자동차 등 중대형 배터리 사업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은 업적으로 이번에 부회장으로 승진, LG유플러스 CEO로 오른다. LG전자 이상봉 부사장은 LG전자 에너지사업센터장으로서 태양광 사업의 성과 개선 및 B2B사업 강화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해 B2B부문장 겸 에너지사업센터장을 맡았다.
올해 실적이 좋았던 LG화학에서는 권영수 부회장 외에 사장 승진자가 2명이나 나왔다. LG화학 손옥동 기초소재사업본부장은 석유화학·소재 분야에서 전년 대비 영업이익 2배라는 성과 창출에 기여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LG화학 김명환 배터리 연구소장도 전기차용 전지 및 전력저장 전지 시장을 선도한 성과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