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논단] 건국 수준의 변화 필요한 대한민국

현상유지 급급한 대한민국
5년 뒤에도 암울한 전망뿐
헌법·국회선진화법 정비 등
본질적 시스템부터 개선해야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


대통령 선거가 내년으로 다가왔다. 다음 대통령을 준비하는 인사들의 지지도 여론조사가 수시로 발표되고 있다. 여론조사 회사가 많은 데에도 놀라지만 가장 높은 지지도가 20% 내외에서 결정되는 것도 놀랍다. 그리고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인사가 수시로 바뀌는 것도 재미있다. 우리 국민이 현명한 것은 지난 선거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지만 결국 다음 지도자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대통령을 지향한다는 것은 단순히 자리를 탐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닐 것으로 생각해본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자기의 이상을 실현하는 절호의 기회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역사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틀었을 때 대통령을 지향한 보람을 얻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시정의 하찮은 문제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이 나라에서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이 그토록 많다는 것은 놀라울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 5년 뒤 다음 대통령이 임기 중반을 넘긴 시점의 대한민국을 상상해보게 된다. 먼저 지금과 같이 지지부진한 구조개혁과 국회선진화법이라는 괴물이 자리하고 있다는 가정 아래, 그리고 야당이 대통령의 성공을 끈질기게 훼방하는 정치 풍토가 제도적으로 보장된다고 할 때 잠재성장률은 2% 아래로 내려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실업률은 4%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지만 실망감으로 노동 시장을 떠나는 노동자 때문에 그보다는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


육아와 교육 문제 때문에 출산율은 계속 낮은 수준으로 유지돼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생산가능인구는 더욱 빠르게 감소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교육제도가 유지된다면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됐을 리가 없다. 가계부채뿐 아니라 인기영합주의 정치집단 때문에 정부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위기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날 것이다. 몇몇 산업을 제외하고 산업 생산의 경쟁력은 점점 떨어져 서비스업이 고용의 하수구 역할을 아직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국가의 관료화는 더욱 진행돼 모든 곳에서 관료의 지배가 강화되고 있을 것이다. 금융의 관치는 여전하고 금융기관의 정부 쳐다보기가 개선돼 있을 것으로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대형 사고가 몇 건 터지고 대통령의 책임을 따지는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시위 때문에 주말 서울 시내의 교통이 정체될 것이다. 북한이 변했으리라고는 기대되지 않는다. 대통령 지지율은 아마도 30% 정도를 겨우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우울한 대한민국이다. 밝은 미래를 상상할 수 없는 것은 지금 이 나라의 시스템이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임기부터가 문제다. 5년 가운데 일을 할 수 있는 기간은 2년 정도이고 그다음은 레임덕이다 뭐다 해 영(令)이 서지 않지 않는가. 지금의 제도가 도입된 후 성공했다고 생각되는 대통령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제도가 잘못됐으면 고치려고 해야 하는데 대한민국에서는 모두가 현상 유지와 안일의 덫에 빠져 있다.

대한민국 국회가 대의제도의 가장 저열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은 그들도 알고 국민 모두가 안다. 지난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고 여당이 참패했다고 하는데 이 나라에 민주주의가 실현된 이후 총선의 결과들은 그것을 바꿔보려는 국민의 몸부림임을 우리의 대표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을 후련하게 하는 정치를 왜 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성공한 대통령을 왜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말인가.

대한민국은 지금 건국 수준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헌법부터 개정하라. 과도기적인 정치 상황에서 제정된 헌법을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가. 국회선진화법과 같은 악법을 폐기하고 온갖 규제와 경직성의 온상인 법들을 하루빨리 정비하라. 우리의 우울한 상상이 상상으로 끝나지 않고 반복될 날들이 머지않았음을 경고하고 싶다. 역사는 생각하는 대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음을 대한민국 정치는 두고두고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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