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자들과 만난 하 회장은 “ISA가 가입자가 100만을 넘어가고, 그게 가입 대상으로 치면 3% 정도 좀 넘는다. 중요한 건 저변 확대인데 투자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이 고객을 방문해서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규제가 있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ISA를 우리나라보다 빨리 출시한 일본은 가입자가 10%, 영국은 40%에 달하는데 (우리나라도) 일임형 출시가 은행이 늦었는데 이게 보편화 되면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ISA 가입자 구성현황을 보면 가입금액 기준으로 신탁형이 96%이고 4%가 일임형이다. 신탁형이란 가입자가 자산 포트폴리오를 직접 선택하는 것이고, 일임형은 가입기관이 이를 선택해 가입자의 수익률을 높여주는 구조다.
문제는 국민 자산 증식 프로젝트인 ISA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신탁형의 경우 고객에 대한 선관의무가 일임형에 비해 덜한데도 규제의 강도가 강하다. ‘피라미드’ 판매로 널리 알려진 네트워크 마케팅의 폐해를 막기 위해 제정된 현행 방문판매법상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이 고객을 방문해 직접 설명하고 가입을 권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 회장은 “인터넷으로 가입하는 것은 허용돼 있는데, 직원이 직접 가서 설명한 뒤 태블릿 등으로 가입하게 되면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 이를 정리해달라고 건의했고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문제가 해결되면 저변 확대가 빨리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은행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수수료 등 비이자수익을 다변화해야 하고, 해외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기준 3조원 가량으로 2005년(13조6,000억원) 대비 네 토막에 났다.
하 회장은 과거와 달리 민간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산업 관련 익스포져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산업 구조조정을 할 때 커머셜 뱅크와 국책은행이 가지고 있는 익스포져는 6대 4로 커머셜이 컸는데, 최근 해운·조선을 보면 국책은행이 88.5%이고 커머셜은 11.5%에 불과하다. 그만큼 최근 정부가 고삐를 당기는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은행의 과거보다는 리스크가 낮다는 게 하 회장의 설명이다.
하 회장은 또 최근 한은에 지급준비율 인하를 건의한 것을 두고는 “10년전과 비교했을 때 화폐유통속도나 회전율 등을 감안하면 모든 시장에서 화폐 (가치) 수준이 떨어져 있다”며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는 도구들을 어떻게 믹스해야하는 지를 보고 결정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급준비율이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고객 예금의 일정 비율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도록 하는 법정비율을 말한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